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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Dec 23. 2021

나에게 운동이 가지는 의미

나의 눈바디 사진도 공개?!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는 운동을 즐겨했다.



축구.

여타 체육활동이던, 그것들은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거라지만. 그럼에도 분당과 부모님들의 학구열은 '방과 후 체육 활동'이 아닌 '주말 스포츠 클럽'에 나를 넣었다. 다행히 나는 친한 무리들과 주말마다 공을 차며 6년 정도를 보낸 것 같다. 초등 중등생 때 공 좀 차본 사람이라면 알텐데, 축구 못하는 사람들은 수비수나 골키퍼로 바뀌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뭔가 애매한.. 애들이랑 친한데 축구는 못하면 미드필더가 되는 그런 문화가 있었다.


나는 그 곳에서 항상 미드필더를 도맡아 했고, 그런 애매한 포지션이 싫었던 나는 공이라도 막자 해서 골키퍼를 열심히 했다. 아 그리고 꽤 잘했다! 진지하게 내가 안경을 안 썼으면 학교 대표 정도는..

중학생 때는 친구들이랑 열심히 축구를 연습해서 공차기도 꽤 잘했던 것 같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피파온라인 계정을 해킹당한 나는 축구의 ㅊ도 보기 싫어 축구를 그만뒀다. 



농구.

초등학교 6학년 때 농구를 처음 접했다. 스피드있게 공을 림으로 넣고, 나비처럼 유연하게 레이업을 하며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동작이 아름다워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건 레이업 밖에 없었다. 대체 농구공으로 슛을 어떻게 쏘는지 이해가 안되었고, 그럼에도 나는 합창부 시 대회가 끝난지 1주일만에 학교 대표로 농구대회에 나가게 된다. 그리고 내가 출전하는 일은 없었다. 


출전하지 못했다는 창피함에 중학교 3년은 농구를 하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고, 함께 초등학교 대표였던 친구와 같은 반이 된다. 1학년 유일한 남자 문과반의 우리는 친해지기 위해 농구를 시작했다. 사실 일방적으로 우리가 농구를 하자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고등학생 3년 내내 함께 농구하는 친구들이 되었다. 


대학생이 되고 농구를 계속하고 싶었으나 학교 주변에 농구장이 없었고 함께할 친구도 없었다. 인원 수를 맞추기 위해 단과대 대표로 농구대회에 나갔고, 체력도 체급도 없었던 나는 초등학생 때 동경했던 레이업 하나 하지 못하고 끝이 났다. 



그외.

중학교 시절 축구를 그만두고 나는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 그런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아버지는 내게 비싼 자전거를 사주셨다. 친구와 50분만에 잠실대교 도착하기나 20분만에 정자동 도착하기를 즐겨했고 고등학생이 되기 전 동해안 종주를 하고 싶었다. 아직까지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목표다. 



그리고 22살 4월. 러닝을 시작했다. 

운동에 재능이 없다는 말. 말랐다는 말. 살 찌우라는 말. 정말 많이 들었다. 사실 위에 말했던 것들, 노력하지 않은 것 맞다. 정말 잘 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한 것 없다. 농구는 좀 정말 많이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체급 이기려고 노력한 건 없었다 . 

나는 러닝을 시작했다. 내 인생에 지구력은 없다고 생각했다. 오래 달리기는 내가 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축구를 할 때 조금만 달리면 피 맛 나는게 싫어서 골키퍼를 했다는 말을 부인할 수 없다. 농구를 할 때 올코트로 하면 3번만 백코트 해도 중심을 잃어서 레이업할 힘도 남아나지 않았기에 하프코트로 재미만 찾았다는 말을 부인할 수 없다. 

어쨌든 나는 2KM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10KM는 달린다. 2021년도 안에 하프코스를 달리고 싶었지만, 이 목표도 중학생 시절 동해안 종주처럼 무기한 미뤄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러닝크루를 시작했고, 그곳에서도 나는 그냥 어정쩡한 러너이지만, 뛸 명분은 계속해서 생기고 있고, 우리들은 어정쩡한 러너든 7'00 페이스로 달리는 러너든 그냥 같은 러너로 서로를 바라본다. 




22살 9월.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러닝을 시작한지 2개월 정도 뒤에 눈 수술을 했고 3개월은 운동을 하지 못했다. 항상 살을 찌우고 싶다며 깔짝깔작 운동 하던 나는, 깔짝 헬스를 시작했다가 코로나 때문에 아파트 내의 헬스장이 막혔다. 아무튼 버스를 타고 20분은 가야 헬스를 할 수 있었던 나는, 그럴 바에 다 같이 운동하는 크로스핏을 해보자! 라고 결심했다. 현재 4개월 차인데 아직도 나는 크린이에 머물고 있고, '빠르게 성장하는 우월한 유전자'는 결코 내게 없었다. 사람들과 운동하는게 즐거웠고 이제는 보통은 5시 수업을 듣고 있어서 같은 수업 시간대 분들과 힘차게 인사도 한다. 


운동을 잘 못하고 왜소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면서는 절대 사람들에게 친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박스에서 이미 사회 부적응자라고 느껴졌을지도..




22살 11월. 헬스를 시작했다. 

드디어 아파트 헬스장이 문을 열었다. 주 3회 크로스핏만으로 뭔가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기에 주 4회 헬스프로그램을 찾아 운동했다. 크로스핏을 주 5회 등록 하고 나서는 '크로스핏 최소 주 3회'와 '헬스 주 4회' 루틴을 매 주 진행하고 있다. 아침마다 우유에 미숫가루, 닭가슴살, 고구마, 꿀을 먹고 있고 평소 먹는 밥 양의 2배 이상을 먹는다. 퇴근하고 크로스핏 갔다와서 밥을 먹고 3시간 쉬다가 헬스. 혹은 비번인 날 퇴근 후 잠을 좀 잤다가 헬스를 하고 쉬었다가 크로스핏을 가는 생활을 8주 이상 반복중이다. 




나는 휴학을 시작하기 전에 비교해 12KG을 증량했다. 체지방만 높아진건 결코 아니다 ! 나는 내가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그만큼 체계적이고 열망을 가지고 노력한 적이 없었다. 공부보다 내 몸에, 내가 신경 쓰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이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주변에 자극을 받을 곳이 많았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도 있었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내게 운동이 어떤 의미였고 앞으로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알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 유튜브의 '메루치양식장' 이라는 채널을 즐겨봤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으로 남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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