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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Apr 29. 2024

#3 저마다의 사랑이 다른 것뿐인데 난 늘 외로웠어요

파리 디자인 인턴의 미술관 기행 세 번째 이야기 - 첫 번째 퐁피두

퐁피두는 다른 박물관에 비해서 더 현대적인 건물과 전시 동선을 가지고 있다. 건물의 두 층을 상설전시로 활용하고 있는 공간인데, 주로 현대미술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내 내면을 보여주며 돈을 벌 자신이 없었다. 그것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을 때의 내 삶이 흔들리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학부 1학년 때 수강했던 수업은 작품을 만드는 수업이었다.  교수님은 항상 우리에게 그림에서 무엇이 느껴지냐고 묻고는 하셨다.


몇몇 학생들은 대충 만들어도 잘했다고 말씀해 주신다는 말을 하곤 했다.

나는 작품이, 모든 예술이, 자신의 대화를 보여주는 것이고, 미술시장은 그 사상과 맥락을 보관하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붓 앞에서 솔직해져야 하고 솔직한 그림을 보는 우리는 그와 대화를 나누며 우리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나에게 솔직할 수 없는 주제에서는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적는 글, 하고 싶은 음악, 예술은 모두 나에게 솔직해야 한다. 이 글들의 방향성도 어설픈 미술사보다는 작품을 보며 나에게 느껴지는 것들을 말하게 될 수 있다.


오늘 퐁피두에서 총 3가지 그림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가령 바우하우스의 교육관에 기반한 전시 큐레이션이나 단지 검은색 붓질로 이루어진 것뿐인 작품에서 느껴진 이야기와 같이 말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나는 샤갈의 그림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샤갈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이유는 그가 대단한 사랑꾼이라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샤갈의 Bridge and Groom with Eiffel Tower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린다. 그렇기에 그는 나의 생활기록부에 심심찮게 등장하고는 했다. 작년 퐁피두에 처음 방문했던 나는, 고등학교의 나를 되돌아보면서 '여전히 봐도 그의 데생 실력은 내 실력처럼 처참하군'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물론 샤갈은 나보다도 늦게 미술을 시작했고, 그럼에도 탁월한 색 사용으로 이목을 끌었다고는 한다.


이번에 방문해서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사실 나는 프랑스에 와서 '사랑'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한국에서 놓쳐온 것들, 와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비단 이곳에 와서야 느껴온 고민들이 아닌, 고독과 외로움 사이에서 내가 추구하는 사랑에 대한 고민들을 해왔다. 나는 지난 샤모니 알프스 여행을 하면서 이 고민에 대해 조금은 파묻히지 않는, 안정을 찾아 돌아왔다. 더불어 샤갈의 그림을 보면 사랑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곤 한다. 마치 나의 그러한 고민들을 그대로 그림에 담아두어 타임캡슐처럼 보관한 것 같달까.


샤갈은 자신의 아내였던 벨라를 지극히 사랑했다고 한다. 샤갈과 벨라의 사랑이야기는 유명하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후 6년간의 유학 후 고향에 돌아와 벨라와 결혼한 이야기. 그렇게 사랑하는 아내였지만 암 투병 후 사망하고 정신 장애로 몇 개월 간 그림을 그리지 못한 이야기.


나는 샤갈의 그림체를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색감의 마술사라고 하지만 나에게 와닿는 색감도 아니었다. 그러나 샤갈의 이야기를 듣고, 유대인 탄압 시절의 그림을 그리던 샤갈의 상황을 다시 알고 본다면 그 당시가 그려지는 색감이랄까. 어쩌면 나는 샤갈의 아픔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던 것 아닐까.


인생은 1인칭으로 너무 고통스럽고 긴 시간이지만 관찰자의 시점으로 보면 영화 같은 순간이 있는 듯하다. 반대로 영화처럼 아름답지만 멀리서 보면 그저 단조로울 때도 있고. 샤갈의 생애를 아는 우리가 바라보는 에펠탑의 신랑 신부 그림은, 사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듯하다.



샤갈, 에펠탑의 신랑신부를 보며 들을 수 있는 노래들

- 우주선 / 백아

- 地球儀 (Spinning Globe , 지구본) / 요네즈 켄시

- Missing You / 전창엽&진명용


각자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위 두 노래가 맞을 수도, 안 맞을 수도 있겠다. 나에게 감성이라는 것은 작년 10월 이후로 멈춰버렸다. 웃기지만 비슷한 시기에 생각지 못하게 연애를 시작했다. 금방 멀어져야 했지만. 10월에 나는 한창 바쁘던 시기에 부모님과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았고, 그 후에 아직 나는 마히토가 던진 네모 블록의 모양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단추가 될 것이라고,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백아의 우주선을 들었을 때 바로 이 노래라고 생각한 것. 그리고 이 글을 적으며 '그래, 이 글은 온전히 샤갈을 위해서만.'이라고 생각하던 중 두 개의 노래가 셔플로 재생된 것.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기행문을 바로 적지 못한 것 아닐까.


* 영화에 따르면, 주인공 마히토의 할아버지는 세상의 운명을 네모 블록으로 점치는 사람이었고, 마히토에게 그 역할을 주고자 한다. 그러나 그 네모 블록은 무너지고 만다.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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