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인 방법론 아닌 근본적인 물음에 대하여
‘나는 왜 일본에 가야 하는가’
한국 기업 입사와 일본 취업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을 무렵, 숱하게 자문했던 질문이다. 이 물음에 대한 결론은 일본 생활에 있어 당위적 명제로 역할했고 이후의 취업 활동에서도 근본적인 토대가 되어주었다.
그러니까, 근본적인 지점에 대해 숙고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글 제목이 ‘일본 취업을 위한 5가지 필수사항’인 까닭에 입사지원에 관한 거창한 방법론, 이를 테면 자소서 작성 방법이나 면접 스킬 따위를 다룰 것 같겠지만, 그렇지 않다. 일본 취업 활동 과정에서 반드시 질문받는 내용, 지극히 기본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중요한 필수사항을 5가지로 추려보고자 한다.
1. 왜 하필 일본인가
일본 취업 활동을 하다 보면 자소서든 면접이든 ‘왜 일본에서 일하고 싶은지’, ‘왜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빈번히 접하게 될 것이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유로는 면접관에게 소구하는 바를 만들기 힘들다. 일본에 가야 하는 당위성을 숙고하는 일은 단순히 면접을 위함이 아니다. 이 질문에 대한 소신은 일본 생활 자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예컨대, 한국에서의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일본에 간다고 가정해 보자. 막상 일본에 갔더니 생각보다 취업이 어렵다거나, 취업은 했는데 일본 생활이 본인과 맞지 않는다면 지지력을 잃고 쓸쓸히 짐을 챙겨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고 많은 나라 중 왜 하필 일본인지 필히 생각해봐야 할 이유이다.
2. 왜 하필 이 업계(업종)인가
(경력직의 경우 보통은 경력에 관한 질문이 주를 이루는 까닭에, 본 내용은 신입 채용을 전제로 한 내용임을 미리 밝혀둔다.)
한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 취업 상담회와 특강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다. 그런데 업계와 업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꾸준한 관심이 중요함에도,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막연한 환상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느꼈다. 국내 취업과 해외 취업을 막론하고 면접에서 지원 업종에 관한 질문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라, 관련 정보는 구체적으로 조사해보길 권한다. 특히 일본에서 해당 업계의 흐름은 어떤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 등을 바탕으로 본인이 해당 업계 및 업무에 지원하고자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가령, IT컨설턴트직에 지원했다고 한다면 왜 IT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지, 왜 컨설턴트로서 일하고 싶은지 쏟아낼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본인의 소신과 더불어 업계에 대한 기민한 관심에 기초할 것이다.
3. 왜 하필 이 기업인가
가고자 하는 나라도 정했고 일하고자 하는 업계도 정했다면, 이제는 지원할 기업에 대해 조사해봐야 한다. 단,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의 연관성이라 생각한다.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며 얻은 해당 기업의 문화나 서비스나 프로젝트 따위의 정보를 단순히 늘어놓기만 한다면 진정성을 전달하기 힘들 테다. 기업이 제공하고 있는 그것들이, 본인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원할 기업이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말하고자 한다면 우선, 그 프로젝트를 통해 해당 기업이 업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강점이 있는지 파악한다. 그리고 기업의 프로젝트가 본인과 어떤 연관성이 있고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나아가 해당 기업에 지원한 동기에 대해 당위성을 확보한다. 이를 테면, 본인만의 강점을 강조하며 조직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기업과 본인에게 각각 어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만의 강점과, 본인에게 있어 그 기업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의미와의 연관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단, 그 연관성은 반드시 본인의 경험에 근거하여야 한다. 말하자면, 지원 동기에 대한 고민은 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4.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아무리 당위성을 갖춘 훌륭한 내용이어도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면, 이야기의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주장하는 말에 근거가 있는지 늘 살펴봐야 한다. 가령, 팩트를 이야기할 때는 논문이나 통계자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인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본인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달하는 방법이야 다소 투박하더라도 괜찮다. 근거를 통해 신뢰성과 진정성을 담아 전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진심은 통할 거라 믿는다. 다만, 구체적인 근거를 전달하라고 해서 이야기가 소위 TMI(Too Much Information)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개팅에 나가 상대방과 취미 이야기를 하는데, LA시절 이야기(응?)부터 해버리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자소서와 면접도 마찬가지로 근거는 충분한지, 내용은 간결한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5. 나만의 무기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이 다섯 번째 내용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남들과 차별을 둘 수 있는 부분이 곧 자신의 무기가 되고, 그 무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까닭이다.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어 실력은 물론, 일본 취업의 당위성까지 갖춰야 함은 기본적인 사항일 테다. 결국 변별력을 갖기 위해선 어떻게 자신만의 강점을 보여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예컨대, 남들과는 다른 열정과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어필하기 위해 어떤 이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담긴 ppt자료를 만들어 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업계 분석 보고서와 같은 자료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막연한 열정과 설명을 늘어놓기보다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자신만의 강점을 기업에 맞춰 준비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그 무엇보다 든든한 나만의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거창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감이 크겠지만 근본적인 당위에 대한 충분한 숙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취업 활동은 물론, 일본 생활을 버틸 수 있는 ‘內力’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전술한 5가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자신이 지닌 소신의 조각들을 맞춰본다면, 일본 취업 활동에 있어 중요한 자양분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