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많다고 모든 직종에서 취업이 수월한 건 아니다. 유효구인배율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원하는 사무직 일자리의 경우, 여전히 취업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일반 사무 업무’의 유효구인배율은 대체로 약 0.4배로, ‘구직난’이다. 일본인조차도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이다. 5000명 이상의 초대기업에 취업하는 일 또한 쉽지 않다. 한 조사 결과(리크루트워크스 연구소, 2017년 기준)에 따르면, 5000명 이상의 대기업의 유효구인배율은 0.37배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일본인과 경쟁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는, 한국에서의 대기업 취업보다 결코 쉽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방점은 ‘일본인과의 경쟁’에 찍힌다. 모국어를 쓰는 그들보다 외국어 능력(커뮤니케이션 능력), 기술 능력(전문성), 자격증 등의 경쟁력을 갖춰야만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테다. 반면, 건설, IT, 서비스업 등은 구인난이 심각하다. 건설업의 유효구인배율은 통상 10배를 넘고 정보통신업(IT)이 약 2.5배, 서비스업이 3배를 웃돈다.(참고자료)
실제로 일자리가 많고 상대적으로 취업이 쉬운 곳은 한정적이며, 일자리의 질도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본인도 그렇고, 많은 구직자들이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IT관련 직종이나 영업직 등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은 직종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추세이다.
일본 취업이 쉽고 일자리가 많다고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 주로 취업하는 직종은 IT, 서비스, 영업 등으로 한정적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자 한다면 국내 취업만큼의 노력과 열정은 물론, 경쟁력까지 철저한 준비를 갖추어야만 한다. 전직에 성공하기까지 1년 남짓 걸리며 100통이 넘는 이력서를 썼던, 나의 경험을 통한 조언이기도 하다.
2. 생각보다 낮은 급여(feat. 연봉인상률, 세금 그리고 월세)
금전적인 문제는 현실과 직결되는 까닭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평균 임금과 실제로 손에 쥐는 돈(手取り), 생활비 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의 초봉은 대체로 한국 기업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세금과 월세를 감안하면, 체감하는 ‘실질소득’은 더욱 낮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보통 대졸 신입의 경우, 사무직 등의 인문계는 19만엔~21만엔 사이이고, IT업종 등의 이공계는 21만엔~24만엔 정도를 기본급으로 받는다.
기업별(2017년 기준)로는 1000명 이상의 대기업 초봉이 평균 약 21만엔, 100명 이상 1000명 미만의 중견기업 초봉은 약 20만엔, 100명 미만의 소기업 초봉은 약 19만엔대 후반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임금이다. 중소기업이라면 18만엔 정도가 기본급인 곳도 있는 반면, 라쿠텐과 같은 대기업의 경우 30만엔 정도를 기본급으로 지급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연봉상승률도 생각만큼 크지 않다. 평균적으로 30세 이후와 40대 중후반에 상승하긴 하는데, 이는 ‘직급’에 따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작정 일정 연령이 됐다고 급여가 올라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급여가 급격히 상승하는 편(평균 7,8년차)인데, 일본의 경우 취업 연령이 한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보통 30세 전후로 관리직으로 승진할 기회가 있다. 그리고 40대 중후반 이후에는 임원과 같은 책임자가 될 기회가 있는 것이다.
전술했듯 책임자 내지는 관리직 등으로 직책이 올라가야 높은 연봉 상승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는 연봉상승률이 연평균 2% 수준에(경단련, 후생노동성 발표 기준) 그치고 있다.
여기에 더 마음을 쓰리게 하는 것이 각종 세금과 월세다.
건강보험료, 후생연금(국민연금과 같은 개념), 고용보험료, 소득세, 주민세 등 각종 세금을 납부하게 되는데, 이를 모두 합치면 대략 월급의 20% 정도가 빠져나간다. 200만원 벌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160만원 정도란 이야기다. 물론 소득 수준에 따라 공제액은 달라진다. 많이 벌수록 많이 내는 거다. 주민세는 최초 소득이 발생한 후 1년 후, 말하자면 입사 2년차부터 공제되는데, 이 역시 소득 수준과 사는 지역에 따라 공제액이 다르다.
한편, 도쿄의 평균 월세는 1LDK(방, 주방, 거실이 1개씩인 집) 기준으로 8만엔이 넘는다. 물론 만화 괴짜가족의 ‘진’의 집만큼이나 낡았다거나, 사이타마 혹은 치바에 가까운 집이라면 월세가 낮아지기는 한다. 그럼에도 평균 월세는 6만엔 정도로 나타난다. 현실적으로 더 저렴한 방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찾더라도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참고자료)
3. 부적응에 따른 리스크
일본 취업에 막연한 환상만을 갖고 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짐을 싸게 된 사람들을 숱하게 봐왔다. 생각과는 달리 일본 생활이 녹록지 않았으리라. 급여와 관련한 현실적인 부분이 가장 크겠지만 그와 더불어 일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기사로 종종 접하곤 한다. ‘KOTRA 지원 해외취업자 근무실태 파악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일본 취업자의 국내 복귀율은 약 33%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꼴로 국내 U턴을 했다는 이야기다. 전술했듯이 생각보다 적은 초봉, 높지 않은 연봉인상률, 높은 세금과 월세, 의외로 많은 잔업시간, 소통 문제 등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외로움’의 문제 또한 예로 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보편화하여 말하자면, 일본인은 친절하지만 친해지기는 힘들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친절함과 친함의 차이는 분명하다. 그에 따른 일본 생활의 외로움이 크게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일본 생활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부적응에 따른 리스크라 할 수 있다. 국내로 U턴한다고 해서 인생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여러 가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인 까닭이다. 따라서 본인이 일본 생활과 문화에 대해 적응할 수 있을지, 어려움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할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보길 권한다.
막연한 환상과 기대를 버리고
일본 취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
국내를 벗어나 생활한다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일 테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 있고, 부적응에 대한 리스크 또한 존재하는 까닭이다. 리스크에 대한 반작용은 고스란히 자신이 감당해야 할 거고 말이다. 그러므로 일본 생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구체적인 목표는 필수적이라 하겠다. 막연한 환상과 기대에 자신의 미래를 거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남들이 간다고 가는 것이 아니다. 취업이 쉽다고 해서 가는 것이 아니다. 일본까지 가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목표를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당장은 낮은 임금을 받으며 팍팍한 현실을 온몸으로 버텨내야 할 지 모른다. 그렇다고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오르지 못할 산은 아니다. 주어지는 날들에 최선을 다하는 걸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가다보면 다양한 기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사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와 독한 각오가, 거칠한 일본 생활의 결을 바꿔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