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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종은 Apr 21. 2021

아기의 질투

내 아이와 친구 아이 사이의 중심잡기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아기. 가끔 밖에서 또래 아기들을 마주칠 때면 관심 폭발이다. 낯가림도 심하면서 처음 보는 아기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하고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한다. 아무래도 맨날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만 보다 보니 또래 아이들을 보면 신기한 것 같았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친구들도 서로 조심하느라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딸아이와 또래 아기가 있는 친구와 만나자고 덜컥 약속했다. 친구네 딸도 아기 만나는 걸 좋아하고 우리 아기도 또래 만나는 걸 좋아하니 한 번 같이 놀게 하자는 이유였다. 안 그래도 요새 너무 심심해했는데, 친구와 놀게 할 생각에 내가 다 설레었다.


아이들끼리 처음 만나는 날. 코로나 베이비들 답게 둘 다 아주 낯 가림이 심했다. 각자 엄마 아빠에게 찰싹 달라붙어 칭얼대기만 할 뿐, 우리가 상상한 서로 호기심을 가지고 탐색하고 이런 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나는 사촌동생만 12명인 동생 부자. 어려서부터 아이들과 놀아주는 건 자신 있었다. 성인이 돼서도 그 감은 여전한지, 아기들도 유독 나를 따르며 잘 놀아 아이 엄마 아빠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나는 친구 딸이 긴장을 풀 수 있게 놀아주기 시작했고, 역시나 아이는 슬슬 풀어지더니 적어도 나에겐 같이 놀자고 계속 다가왔다.


그런데 내 아이가 뭔가 이상했다. 원래 아빠를 엄청 좋아하긴 하지만, 유독 아빠한테만 안겨있는다. 내가 안아주려고 해도 싫다며 날 밀어내고 아빠에게 간다. 내 아기는 날 싫다 하고, 친구 아기는 내가 좋다며 다가온다. 어쩌겠는가, 우리 아이가 아빠와 함께 이 상황을 적응하길 바랄 뿐. 난 친구 아기와 놀며 얼어있는 분위기를 풀고자 했다.


“여보야, 아기가 좀 질투하는 거 같아”


설마 했다. 아기가 날 자꾸 밀어내는 게 설마 질투겠거니 싶었다. 왜냐하면, 내가 친구 딸이랑 놀아주기 전부터 아빠한테만 안겨있었으니까. 그래도 친구 아기와 재미있게 놀수록 혹여 딸이 질투하진 않을까 눈치 보고 있었다. 그래서 중간중간 딸에게 다가갔는데 그때마다 거절당한 건 나였다. 근데 이제 와서 질투라니.


그런데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했다. 아기는 다른 아기와 놀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의도치 않았지만, 내 아이가 나를 향해 ‘까꿍!’ 했을 때 난 친구 아이와 놀고 있었단다. 유독 날 밀어내던 아기. 삐친 거였다.


이후로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친구 아기가 계속 같이 놀자고 다가오니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지금까진 그냥 아기들과 잘 놀아주기만 하면 됐었는데, 이젠 그 모습을 질투하는 내 아기가 생겼다. 아무 생각 없이 아기들과 노는 게 좋았던 나는, 이제 내 아이가 기분 상하지 않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거 참, 연애하는 거 같다. 남사친들과 격 없이 친하게 지내다가 남친이 생긴 느낌이랄까. 첫째 아이가 동생이 생길 때 받는 감정이 배우자가 바람 폈을 때와 비슷하다더니, 졸지에 바람난 엄마가 된 기분이다.


둘째도 낳고 싶은데, 그땐 더 큰 상실감을 가질 딸을 생각하니 애잔하다. 엄마가 내가 태어나고 오빠가 엄마를 빼앗겨 얼마나 불쌍했는지 이야기할 땐 귓등으로도 안 들었었는데. 그때마다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해본 적 없는 내가 더 안쓰럽지 않냐고 맞받아쳤었는데. 딸아이의 질투와 상실감을 처음으로 마주한 날. 엄마가 왜 그렇게 오빠를 안쓰러워했는지 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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