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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종은 Apr 27. 2021

아이는 내가 아니다

나를 투영한 육아가 되지 않기를

예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봐도 그렇고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를 봐도 그렇고, 문제적 아이의 원인은 99% 부모에게 있다. 특히나 아이에게 자신이 못 이룬 꿈을 강요해 몰아세우는 모습을 볼 때면 ‘자기도 못 한 걸 왜 애보고 하라고 난리야’ 라며 비난했다.


그런데 요즘 혹여 내가 그런 부모가 되진 않을까 슬며시 걱정스러워졌다. 아이의 자아가 발달하면서 성격이 드러나고 있는데, 자꾸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나만의 기시감인가 싶었는데, 엄마도 남편도 나를 많이 닮은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처음엔 좋았다. 나를 닮은 만큼 아이의 행동과 심리를 이해할  있었다. 짜증을  때도  짜증이 나는지 이해가 되고 어떤 마음인지 알겠으니까 화도   없었다. 오히려 어떻게 풀어줄  있는지 해답을 알고 있기쉽게 넘어가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아이가 나를 닮았다며 하는 칭찬들이 묘하게 씁쓸하다. 눈빛이 살아있다느니 야무지다느니 똑똑하다느니 미래에 대한 기대 가득한 칭찬들. 그게  어린 시절과 닮았다는 나에 대한 칭찬들. 하지만   칭찬들이 합쳐지니 아이의 미래가 고작 나같이 되는 건가 싶다.


아이는 내가 아닌데, 자꾸 내 인생 리셋 버전으로 생각하게 될까 봐 걱정이다. 나를 닮으니 더 그렇게 생각된다. 내가 살면서 겪어온 과오를 내 딸은 겪지 않았으면 싶은데, 내 아이가 나보다 더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내가 어디까지 관여를 하는 게 맞는 건지 조심스럽다.


조언과 잔소리의 차이는 상대가 그 말을 듣고 싶어 했는가 아닌가로 구분 지어진다고 한다. 아이가 크면서 해주고 싶은 말이 산더미겠지만, 조언을 구하기 전까진 입 꾹 닫고 참아야지. 아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부모보단, 많이 들어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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