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투영한 육아가 되지 않기를
예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봐도 그렇고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를 봐도 그렇고, 문제적 아이의 원인은 99% 부모에게 있다. 특히나 아이에게 자신이 못 이룬 꿈을 강요해 몰아세우는 모습을 볼 때면 ‘자기도 못 한 걸 왜 애보고 하라고 난리야’ 라며 비난했다.
그런데 요즘 혹여 내가 그런 부모가 되진 않을까 슬며시 걱정스러워졌다. 아이의 자아가 발달하면서 성격이 드러나고 있는데, 자꾸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나만의 기시감인가 싶었는데, 엄마도 남편도 나를 많이 닮은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처음엔 좋았다. 나를 닮은 만큼 아이의 행동과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짜증을 낼 때도 왜 짜증이 나는지 이해가 되고 어떤 마음인지 알겠으니까 화도 낼 수 없었다. 오히려 어떻게 풀어줄 수 있는지 해답을 알고 있기에 쉽게 넘어가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아이가 나를 닮았다며 하는 칭찬들이 묘하게 씁쓸하다. 눈빛이 살아있다느니 야무지다느니 똑똑하다느니 미래에 대한 기대 가득한 칭찬들. 그게 내 어린 시절과 닮았다는 나에 대한 칭찬들. 하지만 그 두 칭찬들이 합쳐지니 아이의 미래가 고작 나같이 되는 건가 싶다.
아이는 내가 아닌데, 자꾸 내 인생 리셋 버전으로 생각하게 될까 봐 걱정이다. 나를 닮으니 더 그렇게 생각된다. 내가 살면서 겪어온 과오를 내 딸은 겪지 않았으면 싶은데, 내 아이가 나보다 더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내가 어디까지 관여를 하는 게 맞는 건지 조심스럽다.
조언과 잔소리의 차이는 상대가 그 말을 듣고 싶어 했는가 아닌가로 구분 지어진다고 한다. 아이가 크면서 해주고 싶은 말이 산더미겠지만, 조언을 구하기 전까진 입 꾹 닫고 참아야지. 아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부모보단, 많이 들어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