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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종은 Mar 27. 2024

1. 내가 뭘 하고 싶은걸까?

Chapter 1. 진로고민

너희는 하고 싶은 게 명확하게 있니?


나의 20대는 그걸 찾는 것부터 시작해. 고등학교 때까지는 대학 입시라는 목표 아래에 경주마처럼 달려왔는데, 갑자기 내 앞에 넓은 초원이 펼쳐진 거야. 이제부터는 주어진 레이스에 길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가야 하는 거지. 


그런데 난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더라. 빨리 나도 어디론가 달려가고 싶은데 그 방향을 모르겠어. 이미 자기의 길을 찾아 달려가는 친구들을 보면 불안한 마음도 들고, 나도 열심히 하고 싶은데 대체 뭘 열심히 해나가야 할지 모르겠는 거지.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 같아. 뭐가 있는지 알아야 내가 뭘 좋아할지 선택할 거 아냐. 밥 먹는 메뉴를 선택할 때 우린 적어도 양식, 중식, 한식이 어떤 느낌인지 알잖아.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내가 뭘 잘 하는지 뭐 해봤어야 알지. 


하지만 막연한 이미지는 있지 않아? 의사가 되면 사람을 치료할 테고, 장사를 하면 물건을 팔 테고, 작가가 되면 새로운 걸 만들어낼 테고. 일단 내가 가진 이미지 중에서 마음이 드는걸 선택해. 물론 그 일은 네가 상상하는 것과 다를 거야. 흔히 보이는 모습과 실제 하는 일 혹은 그 길을 가기 위한 여정은 다르기 마련이거든. 


나중에 자세하게 이야기 하겠지만 나 역시도 그랬어. 나는 꾸미는 걸 좋아해서 패션에 관심이 많았지. 그래서 막연하게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서 한번 해봤지. 근데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르더라고. 


그래서 난 바로 손절했지.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멀리 가지 않았을 때 빨리 되돌아와서 다시 나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삶은 각도가 벌어진 길 같아서 처음엔 각각의 길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지만 멀리 갈 수록 그 차이는 엄청나지지. 그러니까 아니다 싶으면 초반에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아. 


나에겐 지도가 필요했어. 내가 생각한 길이 나의 길이 아니라면 나는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대략적인 지도를 보고 싶었지. 만약 네가 대학생이라면 그 지도를 보는 건 쉬워. 청강. 대학생이라는 특권으로 이미 한 가지 길을 닦아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음껏 들을 수 있지. 등록금이라는 구독료로 뭐든지 골라 들을 수 있는 넷플릭스 같달까. 사회에 나가면 그 사람들 이야기 한 번 듣는데 얼마나 큰 돈이 드는 지 아니?


난 정말이지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모든 학과의 설명을 다 읽어보고 강의 계획서를 읽어봤어. 그리고 나의 흥미를 끄는 수업들은 교수님께 청강을 허락받거나, 수강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맛보기 해봤지. 만약 지인이 그 학과에 다니고 있다면 인터뷰도 했어. 그 길은 어떠냐고 말이야. 


신기하지. 그렇게 오만 수업을 듣다 보니 나도 모르던 나의 취향을 발견했어. 나란 사람은 뭘 좋아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는 거지. 내 경우엔 법이 재미있었어. 고등학교 때 선택과목에 '법'이 있었거든. 근데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날 정도로 거부감이 있었어. 근데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야.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논리로 상대의 주장을 무력화 시키고 전략을 세우는 게 특히 재미있더라고. 그냥 내 말이 맞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고 그 주장에 대한 근거와 논리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했던 거지 난. 


여기까지 읽으면 마치 내가 변호사나 검사의 꿈을 꿨어야 할 것 같지만 그건 아니야. 그랬다면 내 인생이 조금 더 단순해졌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내 취향의 발견은 계속해서 나의 길을 만들어가는 구심점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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