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영 Jun 05. 2024

패인

敗因 혹은 Pain


승리는 우리를 종이 한 장의 차이로 비껴갔다. 모두가 핑크빛 결과를 기대했던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 버렸다. 내심 요행을 바라던 나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 말은 결국 일기를 쓰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써 살겠다고 했는데도 글을 소홀히 썼다. 반성한다. 다시 일기를 쓰는 것도 반성의 일환이다. 그러나 '반성'에는 응당 그에 소비되는 에너지가 상당했고,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더라도 나는 얼이 빠져있기에 무언가를 제대로 실행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나는 그 시간과 공간을 무척 사랑했다. 사랑은 게으름을 비껴간다. 간절해지니 더 게을리할 수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노력을 쏟았기에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 운명은 그런 것이다. 이전에는 찾아보지 않았던 무언가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내게 항상 결여되어 있었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 새로운 시작을 해야 했지만 이 프로젝트만큼의 흥미를 이끄는 것이 없었다.


일이 끝나면 첫 번째로 회고하고, 두 번째는 부산으로 향하는 버릇이 있다. 회고를 위해 아래한글을 켜고 한 줄씩 적어나갔다. 고통을 헤집는 일을 이어갔다. 부족한 보고서였지만 나름대로의 마무리를 지었다. 파일을 저장하니 마음 한이 편해졌다. 얼른 *부산(vlog)*으로 달려가 머리를 식혔다.


'위로는 반드시 말이 아니라, 어떤 풍경으로 남아 있기도 한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풍경은 부산 산복도로에 있는 민박집에 묵으며 보았던 야경, 그 외 여러 풍경들이 잔상처럼 남아있지만,


<잃고 얻은 것>라는 시 읽었던 풍경이 아른거린다. '실패가 알고 보면/ 승리일지 모르고/ 달도 기우면 다시 차오르니...' 시의 구절을 곱씹어본다. 달도 기우면 다시 차오른- 라며 신 끄덕였다.


이별할 때 우리는 가장 사랑하게 된다. 성장의 길목으로 다가가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서라도, 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과거를 떠나 다시 시작할 시간이 왔. 힘내자. 시간은 우리 편이고 우리는 매분매초 성장할 테니.

작가의 이전글 힘 빼기 기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