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것이 아닌, 끊임없이 변해가는 과정
UX 혹은 UI업계가 죽어가고 있다는 글들을 더러 보았다. 이런 글들로 인해서 많은 UX/UI 공부를 하고 있거나 직업 전환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혼란스러울 듯싶다. 내 관점에서는 조금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이 있다.
UX와 UI는 같은 분야면서도 분명히 다른 분야이다. UX는 범위에 따른 해석에 의해서 UI와 같은 분야가 되면서도, 다른 분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혼란을 가져오는 부분이다. UX는 범위에 따라서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UX는 말 그대로 User Experience, 즉 '사용자 경험'을 의미한다. 사람이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이용하며 느끼는 총체적인 경험을 의미한다.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UX는 '사용성'을 대체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여기서 의미하는 '사용성'은, 사용자가 제품을 쓰는 데 있어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척도로 사용된다.
UI에 대한 해석은 대부분 하나의 의미로 통한다. User Interface, 즉 사용자 인터페이스이다. 우리가 보거나 만지거나, 혹은 듣는 등의 기술과 인간이 만나게 되는 터치 포인트다. 인터페이스는 단순히 스크린뿐만이 아니라 음성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통해서 인터렉션이 가능하다면 어느 무엇이든지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개의 다른 관점(거시적, 미시적)에서의 UX는 어떻게 UI와 관계성을 가질까? 우선 거시적 관점에서 UX와 UI를 묶는다면 '사용자 경험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되는 것이다. 즉 큰 개념의 '경험'을 인터페이스를 통해 구축해나가는 것이다. 미시적 관점에서 UX와 UI의 관계는 유저 인터페이스 상에서의 '사용성'이라는 개념으로 축소되어 버린다. 버튼의 크기 라던지 글자와 배경의 색 대비 등으로부터 오는 불편함, 혹은 사용하기 편리함의 지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다른 관점의 UX에 대한 해석으로 인하여 서로 같은 UX를 이야기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정확히 두 다른 관점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향점을 어디다 두고 있느냐가 가장 큰 차이다. 거시적 관점은 누가 이 제품 혹은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그들은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어떤 불편함을 겪는지 등의 인사이트를 얻고 컨셉, 혹은 전략을 짜는데 중점을 둔다.(물론 거시적 관점에서 사용자 경험은 '사용성'을 내포하고 있으나,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반면, 미시적 관점은 '사용성'이라는 지표를 통한 접근, 즉 사용자는 어떤 인터페이스에서 불편함을 겪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해 주기 위해 비율, 사이즈와 색상, 혹은 컴포넌트 배치에 따른 가독성, 가시성에 무게를 둔다.
이렇게 다른 관점을 바탕으로 둔 UX 디자이너는 서로 다른 업무 영역을 맡게 된다. 거시적 관점에서의 UX 디자이너는 다양한 리서치 툴들(인터뷰, 워크숍, 서베이 등등)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여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경험, 혹은 유저 플로우를 설계한다. 미시적 관점에서의 UX 디자이너는 앱 혹은 웹상의 인터페이스를 적절한 비율과 사이즈, 색상, 컴포넌트들을 통해 사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도와준다. (개발이 끝난 후 이루어지는 유저 테스트는 두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업무라고 본다.)
앞서 말한 거시적 관점의 UX 디자이너는 말 그대로 'UX 디자이너'로 정의되며(한국에서는 '기획자'라고도 불리나 한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국가에서는 순수하게 'UX 디자이너'로 정의된다), 미시적 관점에서의 UX 디자이너는 흔히 불리는 'UI/UX 디자이너' 혹은 'UI 디자이너'이다.
결국 거시적 관점으로 볼 때 'UX 디자이너'와 'UI 디자이너'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지만, 미시적 관점으로 볼 때는 같은 의미인 'UI/UX 디자이너'로 해석된다.
조금 더 자세한 포지션의 차이를 알고 싶으면 https://brunch.co.kr/@jbkim8905/18 다양한 디자이너 포지션 정리 글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길래 이렇게 길게 UX 디자이너와 UI/UX, 혹은 UI 디자이너에 대해 다루었는가? 읽어본 글들 중 UX 업계, 혹은 UI 업계가 사라져 간다는 글들의 대부분은 UX와 UI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다. 두 분야의 차이가 없다는 전재의 글들이 대부분이고, 그에 따라서 충분히 다른 견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UX업계의 전망은 큰 변동이 없을 것이고, UI업계는 '축소된다'라는 표현보다는 '변화되어간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여기서 표현되는 '어떠한 글들'은 예측을 틀리게 썼고 그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 필자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비교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사용되었다)
우선 UX업계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어떠한 글 중 앱과 웹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고 더 이상 새롭게 나올 것이 없다는 글을 보았다. 많은 수의 단기적인 앱과 웹, 즉 수명이 굉장히 짧은 제품들이 있는 반면, 장기적인 앱과 웹(구글, 우버, 스포티파이, 소셜미디어, 애플 등등)들도 굉장히 많다. 이러한 프로덕트 회사들은 끊임없는 리서치와 인사이트 연구를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들을 몇 년 동안이고 업데이트해나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UX 디자이너들이 이끌어 나가고 있다. 회사가 망해서 제품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UX 디자이너는 반드시 언제까지나 필요한 존재이다. (사람의 깊은 마음속까지 들여다보는 정성적 조사는 AI가 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또한 '결국 앱과 웹은 정형화된 형식으로 통일될 것이다'라는 예측도 있지만, 통일화시키기 위한 적절한 타입을 고르는데도 결국에는 리서치가 필요하고, 만들어진 후에 데이터 분석 및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UX업계는 딱히 당분간은 큰 변동이 없을 거라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다음으로 UI업계는 '변화되어간다' 혹은 '확장되어간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UI업계에서 앱과 웹 시장의 포화상태는 UX업계와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WIX나 Spacesquare와 같은 대체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각종 프레임워크들이 넘쳐나며 AI가 레이아웃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미 많은 방면에서 정형화된 형식이 제공되고 있고 이러한 점에서 UI 디자이너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형적인 형식들은 그저 만들어져 있는 틀일 뿐이다. 어떤 틀을 써야 되고, 얼마나 더 다듬어야 될지에 대한 고민은 UI 디자이너들이 해야 되는 역할이다. 결국 UI 디자이너들은 좀 더 전략적인 접근(UX, 브랜딩, 마케팅)을 통한 영역의 확장이 이뤄져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UI 디자이너들이 좋은 사용성을 기반으로 한 심미적인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영역에서 좀 더 나아가, 어떻게 브랜딩이나 마케팅, UX의 측면에서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지고 '전략 수립'을 할지에 대한 영역으로까지의 확장이 가능할 것이다. 이건 단순한 변화라기보다는 시장에서 프론트엔드 디벨로퍼나 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방법일 듯싶다.
역량을 넓히기 위해 코딩을 배우는 건 분명히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당신이 UX 디자이너라면 커뮤니케이션 스킬, 혹은 UI, 비주얼 스킬을 배우는데 더시간을 쏟길 추천하고 싶고, 반대로 UI 디자이너라면 UX의 사용되는 리서치 툴이나 방법론을 공부하는 걸 추천한다. 현실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개발을 조금 할 줄 아는 디자이너보단 UX/UI 두 분야를 넘나 들며 브릿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넓은 시야와 다양한 스킬을 가진 디자이너가 훨씬 더 필요하다. 생각보다 UX/UI 두 분야를 모두 넘나들 수 있는 디자이너는 많지 않다. 개발은 그냥 프런트엔드 디벨로퍼 한 명을 고용하면 될 일이며, 디자인을 베이스로 개발자들보다 월등히 뛰어나질 만큼 코딩을 잘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면에서는 코딩보다는, UX/UI 디자인 역량을 다양화시키는 게 더 낫다고 본다.
결국 우리는 어느 국가에서 일하는지,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어떤 포지션인지, 어떤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지, 개인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 업계의 체감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UX/UI의 업계가 망해간다고 표현하는 반면, 영역이 더 확장되어가거나 상위의 컨셉 레벨을 다루는 단계로 높아져 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빠르게 변화되어가는 상황에 끊임없이 맞춰나가며 역량을 넓혀가는 게 이 시대 디자이너들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