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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마 Aug 13. 2024

아름다움이란?

모든 사람을 주인공 자리에 앉혀야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http://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4446


미술은 공간적 또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을 말한다. 형태·점·선·면·색·기호 등 조형 요소를 활용해 작가의 심상을 표현하고 관람객에게 미적 쾌감을 전달한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탄생을 묘사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은 아름다움의 정점을 보여 주는 듯하다.

비너스의 탄생, 보티첼리, 1484년
다비드상, 미켈란젤로, 1504년

내가 본 그림 중에는 내가 아는 아름다움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작품이 많았다. 날것 그대로를 추구했던 앵포르멜의 선구자 장 뒤뷔페의 그림이 대표적이다. 큰 얼굴에 광대 분장을 한 ‘모나리자’는 이름에서 떠올리는 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초록 모자를 쓴 남자’처럼 반문화적·반이성적 그림을 그려서 현대사회를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지게 한 이성의 광기를 고발했다. 윌렘 드 쿠닝은 거칠고 강렬한 화법을 통해 여성을 악마화, 성적 대상으로 재형상화한 ‘여인’ 연작을 그렸다. "내가 왜 일그러진 인간상을 그리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회고했던 황용엽은 ‘전쟁과 이산(離散)’이라는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어냈다.


모나리자, 장 뒤뷔페, 1948년
여인, 윌렘 드 쿠닝, 1948년
여인, 황용엽, 1959년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들은 교과서에 실렸고, 여러 곳에 전시 중이고, 사람들에 회자된다. 미술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앞에서 본 그림에서 전하는 메시지 또한 아름다움이어야 한다.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예술의 본령은 사람의 무심함을 깨우치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글자 그대로 ‘앎’이다. 인간과 세상, 그리고 삶에 대해 각성하게 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유럽이 난민 문제로 시끄러울 때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린 사진 한 장이 있다. 시리아에서 탈출한 세 살배기 아일란 크루디는 도움이 절실했지만 끝내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전쟁의 참상을 다룬 오토 딕스의 ‘전쟁’ 연작과 캐터 콜비츠의 ‘죽은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 이런 그림 앞에서 우리는 고통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그림 앞에서 일그러진 자기와 세계를 정직하게 대면하는 것이다.

독가스를 마시며 전진하는 돌격대, 오토 딕스, 1924년
죽은 아이를 안은 어머니, 캐터 콜비츠, 1903년
젖먹이, 강요배, 2007년

오노레 도미에는 회화를 통해 도시 빈민의 일상을 진지하게 묘사한 작가다. 동시대 대표적 사실주의 화가 밀레와 쿠르베처럼 당대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한편 충만한 휴머니티를 추구했다. ‘세탁부’에 표현된 모녀는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다. 자기의 얼굴을 잃은 대신 여성 노동자, 즉 세탁부로 존재한다. 계단을 혼자 올라가기 힘겨운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있다. 마지막 계단이라는 점은 유일한 위안이다.


세탁부, 오노레 도미에, 1860~1861년

얼굴이 지워진 익명의 삶은 비극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에 서 있는지 놓친다. 답을 찾기 위해 하얗게 지새운 밤도 극적이지만,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다시 맞는 새벽은 비극적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비극과 손을 잡고 외줄 타기를 한다. 개인이 처한 상황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대부분이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은막 뒤에 숨어 자신을 드러나지 않는다. 운명의 파도에 주인공이 무너지면 비극미는 극에 달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비극의 한가운데 세우고, 비극을 극대화하는 심리적 충동이 없지 않다. 비극이라는 통절한 각성의 순간에도 자신을 가운데 세우고 자기 존재를 강화하려는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다. ‘나’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을 주인공 자리에 앉혀야 공감의 반경은 넓어지고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본 글은 <담론>, <공감의 반경>,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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