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완성된 결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은 겉모습에 매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드러난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몸짓으로 이해하는 것. 회화에서 ‘드로잉’이 재조명되는 이유다.
삼청동 학고재아트센터에서는 2025년 1월 11일까지 강준영 작가의 『눈이 올 때 우리 만나요』 드로잉 전시를 개최한다. 강준영에게 ‘과정’은 단순히 결과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예술의 본질과 마주하는 핵심적인 태도다. 드로잉을 단순한 선의 나열이 아닌, 시간을 기록하고 감정을 담아내는 공간과 물성을 탐구하는 종합적인 행위로 해석한다.
2024년 세밑 어려운 시기를 걷는 우리에게 ‘과정’의 소중함을 되새길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참고로 ‘드로잉’을 주제로 전시를 자주 하는 곳으로 소마미술관과 학고재가 있다.
2023년 소마미술관에서는 『드로잉, 삶의 철학을 담다』 전시가 열렸다. 유근택 작가의 〈또 다른 오늘〉은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10개월간, 임종을 앞둔 아버지에게 매일같이 보냈던 그림 80여점을 엮은 작업이다. 코로나19로 요양병원에 면회가 금지된 상황에서 작가는 오직 시각 이미지로만 아버지에게 마음을 전해야 했다. 이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임과 동시에 한 인간의 존재와 소멸에 대한 성찰이었다.
2024년 학고재에서는 윤석남 & 윤석구 남매 작가 2인전이 있었다. 윤석남은 ‘드로잉’으로 일가를 이룬 작가다. 윤석남은 작업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거나 ‘그리기’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일정한 크기의 종이에 색연필과 연필을 이용해 수많은 드로잉을 남겼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이야기나 형상을 즉흥적으로 그리고 글귀를 써넣은 윤석남의 드로잉은 작가의 일상을 기록한 그림일기를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