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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교도소, 화삼독(畵三讀)

강사에게 힘을 주는 수강생들

by 윌마


목포교도소에 디딤돌인문학 강의차 다녀왔습니다. 디딤돌인문학은 (사)인문공동체 책고집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낮은 곳으로 찾아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제소자 24분(남성), 교도관 1명 참석했습니다. 19세부터 60세까지 나이는 다양합니다. 인성교육담당 교도관과 차담을 나눴습니다. 시작 시간 1시가 넘었는데도 교도관님은 강의실로 이동할 기미를 보이지 않길래 제가 더 몸이 달았습니다. 알고 보니 인성교육 시작과 중간 쉬는 시간에 꼭 음악을 튼다고 합니다. 각 10분 정도로 꽤 깁니다. 제소자가 추천한 음악중에 무난한 음악을 골라서 트는데 오프닝으로 참 좋다고 했습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말이나 강의가 주지 못하는 울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여유롭게 차를 마셨습니다.


인문학 강좌에 임하면서 제가 신경 쓰는 게 처음 아이스 브레이킹과, 중간중간 소통하는 강의 방식입니다. 강의 시작이 점심시간 이후면 앉아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하고 시작합니다. 모든 참여자가 같은 동작을 하는 것, 의외로 하나가 되는 느낌을 줍니다. 오늘은 음악이 너무 좋았기에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강의할 때 가장 힘든 강의는 어딜까요?” 고등학교 2학년 강의라고 했습니다. 3학년은 수능 준비로 인문강좌를 아예 열지 않지요.


교실 들어가면 일단 2/3는 자고 있어요. 눈 뜬 절반은 이어폰을 끼고 테블릿이나 노트북으로 뭔가를 해요. 그럼 5명 정도 애들에 집중해서 강의를 합니다. 깨우면 안 됩니다. 수업 시간에 잠을 보충해야 저녁에 학원에서 공부하거든요. “교실에 들어갈 때부터 자고 있는데 그건 강사 책임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오늘 여러분이 자면 그건 제 책임입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제소자분들 얼굴이 풀어졌습니다.


책상 배열이 정면을 기준으로 ㄷ형 구조 참 좋습니다. 수강생들 손 잡고 앞으로 모셔서 그림을 가까이 보기도 하고, 의미 있는 답이 나오면 다가가서 손잡고 인사하고 격려하기 편합니다. 강의 중간에 호주 원주민 화가가 그림 그리는 장면을 제가 연출했습니다. ㄷ 공간 가운데에 제가 주저앉아서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감자 캐듯 이리저리 땅바닥을 기어다니며 추상회화를 그리는 시범을 보였습니다.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오늘 강의에서 <소통>에 제일 신경을 썼습니다. 오늘 참여하신 수강생들은 소통만 신경 쓰면 뭐라도 들으려고 하는 준비된 수강생들입니다. 오히려 강사에게 힘을 주는 수강생들입니다.


교도소 이름은 목포교도소인데 무안에 있습니다. 목포 시내에 있다가 이전했습니다. 목포대학교도 무안으로 이전했지요. 무안은 전라남도 도청 소재지고, 무안과 목포를 합쳐서 키우자는 물밑 작업이 있는 것 같은데 잘 안되는 모양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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