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적 반복 버전
[작가의 말]
이 연작은 '상태적 리얼리즘'이라는 실험적 방법론으로 쓰였습니다.
일부 Chapter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Chapter 1 vs Chapter 1-B: 유혹의 과정
- Chapter 1 (원본): 대화 최소화, 식별과 포획만
- Chapter 1-B (대안): 대화 추가, 시선 교환, 유혹 과정
Chapter 2 vs Chapter 2-B: 암흑의 선택
- Chapter 2 (원본): 방 안이 처음부터 어둠 (서사적 강렬함 우선)
- Chapter 2-B (대안): 조명이 켜졌다가 남자가 끔 (리얼리즘 반영)
Chapter 3 vs Chapter 3-B: 경로의 명확성
- Chapter 3: 침습의 경로가 명확하게 추적됨
(목구멍→가슴→배꼽 / 질→자궁→골반강)
- Chapter 3-B: 경로가 "방향을 잃고 퍼지며",
어디로 흘러갔는지 "설명할 수 없는" 상태로만 기록됨
Chapter 4 vs Chapter 4-B: 세척의 문체
- Chapter 4 (원본): 단문 반복, 기계적 리듬 (세척의 무력한 반복)
- Chapter 4-B (대안): 긴 호흡, 서정적 절망 (Chapter 3, 5와 문체 통일: Chapter 3, 5와 같은 엔진)
두 가지 분기점, 여러 독서 경로.
세척은 기계적 반복인가, 서정적 절망인가?
침습을 추적할 것인가, 측정 불가능한 상태 변화로만 기록할 것인가?
암흑은 우연인가, 선택인가?
원나잇에 서사가 필요한가? (유혹은 필요한가, 불필요한가?)
그것은 당신이 결정하십시오.
[19금 / 실험문학]
[작가 노트: Chapter 4의 기계적 문체에 대하여]
Chapter 4는 의도적으로 다른 엔진을 사용합니다.
Chapter 3 (침대): 긴 호흡, 비유, 서정적 폭력
Chapter 4 (샤워): 단문, 반복, 기계적 보고
Chapter 5 (퇴장): 긴 호흡, 철학, 서정적 절망
세척이라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반복적이고 기계적입니다.
샤워 = 문지르고, 헹구고, 뱉는다.
하지만 실패합니다.
이 실패를 표현하기 위해 Chapter 4는
감정도, 비유도, 철학도 배제하고
오직 행위의 반복만을 기록합니다.
씻는다. 씻는다. 씻는다.
하지만 씻기지 않는다.
이 무력한 반복이 Chapter 4의 엔진입니다.
_
1. 기능과 형식의 일치
세척 = 실패를 보여주는 데 단문 나열이 오히려 효과적이라 생각했습니다.
→ 기계적 반복 = 세척의 무력함을 표현
단조로움 = 무력함의 증명
2. "오작동"이 핵심
Chapter 4는 "정상 작동 실패"를 다룸:
샤워 = 원래 몸을 깨끗하게 해야 함
하지만 = 표면만 씻김
내부 = 여전히 뜨거움
→ 단조로운 문체 = 오작동의 반복을 강조
단문 = 기능 오류 보고서처럼 = 의도된 효과
3. 감정 배제의 극단
Chapter 5, 6:
"사랑이 비극을 정당화한다는 거짓을 거부하고"
"식어버린 공동(空洞)"
철학적 선언 있음
Chapter 4:
철학적 선언 전혀 없음
오직 행위와 실패만 기록
감정 명명 제로
→ "설명하지 않는 윤리" 극대화
오직 행위만 = 더 잔혹하다 생각했습니다.
4. 짧은 문장 = 의도된 리듬
→ 반복 = 강박적 세척 시도 = 실패의 누적
남자의 질량이 이탈한다.
억눌렸던 골반강이 복원되며, 압축되었던 장기들이 제자리를 찾아 서서히 하강한다. 매트리스의 스프링이 원래 높이로 되돌아가며 내는 미세한 삐걱임. 하지만 내부에 고였던 액체는 즉시 흘러나오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봉인된 채, 중력이 작동하기를 기다린다.
남자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옷을 입는 소리. 벨트 버클이 부딪히는 금속음.
발소리. 창문 쪽으로 향한다.
창문이 열리는 소리. 차가운 새벽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든다.
담배를 꺼내는 소리. 라이터 불꽃. 첫 연기를 들이마시는 소리.
나는 여전히 침대 끝에 머리를 늘어뜨린 채 누워 있다. 뒤집힌 시야 속에서 천장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지만, 내 중력 감각은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
허벅지를 오므리는 순간, 비로소 역류가 시작된다. 뜨거움을 잃어버린 유체는 미지근하고 끈적한 점성만을 남긴 채, 허벅지 안쪽을 타고 느릿하게 흘러내린다. 시트는 이 이질적인 농도를 빠르게 흡수하며, 짙은 색의 얼룩을 동심원 모양으로 확장한다.
나는 일어나려 한다.
상체를 일으킨다. 어지럽다. 시야가 흔들린다.
다리를 침대 밖으로 내린다. 발이 카펫에 닿는다. 맨발이다. 구두는 이미 어둠 속 어딘가에서 벗겨진 상태다.
일어선다.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무릎이 꺾인다. 벽을 짚는다.
한 걸음. 비틀거린다.
발끝이 무언가 부드러운 것을 밟는다. 내려다본다. 어둠 속에서도 윤곽이 보인다. 천 조각. 내 속옷이다.
두 걸음 더. 또 다른 것. 원피스. 구겨진 채 바닥에 버려져 있다.
언제 벗겨졌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둠 속 어딘가에서, 남자의 손에 의해, 제거되었다.
창가를 본다. 남자의 실루엣. 등을 보인 채 서 있다. 담배 연기가 창밖으로 흩어진다.
화장실 문 손잡이를 잡는다. 돌린다. 연다.
불빛이 쏟아진다. 눈이 부시다.
거울에는 김이 없다. 남자는 아직 씻지 않았다. 세면대에는 물방울도 없다.
거울 앞에 선다.
표면에 비친 윤곽. 나다.
손을 들어 거울에 댄다. 얼굴이 본다.
입술의 붉은 색은 번져 있고, 턱선까지 얼룩져 있다. 마스카라가 번져 눈 아래가 검다.
목선. 붉은 압흔이 선명하다. 손가락 자국. 다섯 개.
시선을 내린다.
쇄골 아래, 가슴 위쪽. 붉게 충혈된 자국들. 입술과 이빨이 남긴 흔적.
더 아래.
아랫배는 평소보다 미세하게 부풀어 있다. 배꼽 아래로 붉은 선들. 손톱 자국.
허벅지 안쪽. 흐른 얼룩의 자국이 선명하다. 이미 반쯤 마른 상태. 끈적하다.
샤워 부스로 들어간다.
차가운 물줄기를 튼다. 수온은 대략 18°C. 피부 표면 온도보다 훨씬 낮다.
물줄기가 머리를 타격한다. 차갑다. 두피가 수축한다.
머리를 감는다. 손가락을 머리카락 사이로 집어넣는다. 엉킨 곳을 풀어낸다. 물이 얼굴로 흘러내린다.
눈을 감는다.
물줄기를 얼굴로 향한다. 턱선에 묻은 것들이 씻겨 내려간다. 입술을 문지른다. 번진 색이 손가락 끝에 묻어난다.
목. 물줄기가 목선을 타격한다. 뜨거움에 달구어졌던 표면의 온도가 빠르게 뺏겨나간다. 피부가 급격히 수축한다. 붉은 압흔은 물로도 지워지지 않는다.
물은 목선을 타고 흘러내려 가슴을 지나, 아랫배까지 도달한다.
손바닥에 바디워시를 짜낸다. 거품을 낸다.
목선을 문지른다. 쇄골을 문지른다. 가슴을 문지른다. 아랫배를 문지른다.
허벅지 안쪽.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끈적한 잔여물이 거품과 뒤섞여 희석된다. 물과 함께 다리를 타고 흘러내려 하수구로 사라진다.
하지만 씻겨 내려가는 것은 표면뿐이다.
입을 벌린다. 찬물을 받아 입안에 머금는다. 헹군다. 뱉는다.
위스키의 독한 잔향은 희석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양치질을 한다. 칫솔을 입안 깊숙이 집어넣는다. 혀를 문지른다. 입천장을 문지른다. 목구멍 깊은 곳까지.
구역질이 올라온다. 참는다.
물로 헹군다. 뱉는다.
하지만 식도 내벽에 각인된 열기는 차가운 물로도 식지 않는다.
다시 물줄기 아래로 선다.
손을 아랫배로 가져간다. 더 아래로.
허벅지를 벌린다.
손가락 끝에 비누 거품을 묻힌다.
질 입구에 댄다. 안쪽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
멈춘다.
통증이 아니다.
내부는 이미 타인의 흔적으로 포화되어 있고, 그 위에 내 손가락조차 침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손을 뺀다.
물로 헹군다.
하지만 내부는 여전히 뜨겁다. 자궁 입구 부근, 질 내벽, 식도—이 점막들은 타인의 온도와 화학 물질에 의해 비가역적으로 변형되었다_각인되어 있다. 냉수는 표피만 식힐 뿐이다.
아랫배 깊숙한 곳에서는 여전히 무거운 수위가 남아 있다.
물을 끈다. 물방울이 피부를 타고 흘러내린다.
타월로 몸을 닦는다. 표면의 물기는 제거되지만, 내부의 축축함은 남아 있다.
거울 앞에 선다. 김이 다시 서린 거울을 손으로 닦는다. 얼굴이 드러난다.
맨얼굴. 피부는 붉고, 눈은 충혈되어 있다.
핸드백에서 메이크업 리무버를 꺼낸다. 화장솜에 적신다. 남은 화장을 지운다. 마스카라 자국, 번진 립스틱, 파운데이션 얼룩.
화장솜이 검게 물든다.
다시 한 번 거울을 본다.
침실로 나간다.
바닥에 흩어진 옷. 원피스를 줍는다. 펼친다. 지퍼를 확인한다.
입는다. 등 뒤로 손을 뻗어 지퍼를 올린다.
속옷을 줍는다. 입는다.
구두를 찾는다. 침대 밑. 신는다.
거울 앞에 다시 선다.
거울 속의 나는 다시 정돈된 외피를 입고 있다. 하지만 내부의 중력은 여전히 붕괴된 채다.
목선의 압흔은 옷깃으로 가려진다. 허벅지 안쪽의 얼룩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랫배 깊숙한 곳에서는 여전히 무겁고 뜨거운 수위가 남아 있다.
※ Chapter 4 (원본): 기계적 반복 버전
세척의 무력함을 기계적 반복으로 표현
※ Chapter 4 vs 5, 6의 톤 차이는 필요함
Chapter 4: 기계적, 단문, 반복 = 세척 실패
Chapter 5, 6: 서정적, 긴 호흡, 철학적 = 퇴장과 오작동의 해석
→ 대비가 오히려 효과적이라 생각했습니다만.
※ 자평하기론.. "상태를 영구화하는 데 성공한 장"이라 생각한다.
상태적 리얼리즘 순도 상승을 목적으로 했다.
서사적 위치: Chapter 4: 세척 실패, 내부 잔여 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