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봉인자

— 왕이 살아 있는 동안, 석공은 왕이 죽을 자리를 쌓는다.

by leehyojoon ARCH


1장. 봉인자

— 석공 업은 왕이 죽을 자리를 삼 년에 걸쳐 쌓는다. 그때 그것은 셈이었고, 어둠은 각도였으며, 죽음은 치수였다.



왕이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을 무렵, 석공 업은 그가 죽을 자리를 쌓기 시작했다.



업이 다듬는 돌 하나하나는 햇살이 굴절되어 사라지는 각이자, 바람이 막혀 멎는 벽이며, 숨이 부피로 바뀌는 경계였다. 업의 정 끝에서 태어나는 것은 집이 아니었다. 영원을 가두기 위한 거대한 봉인, 왕의 시간을 멈춰 세울 돌무덤이었다.



무덤의 한 모퉁이에서 흙을 고르며 업은 짐작했다. 이만한 자리라면 여인 하나, 혹은 아이 둘. 그때 그것은 빈 공간이었고, 나중에 그것은 떨림이 될 것이었으나, 아직 업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다만 자신이 쌓아 올리는 이 견고한 구조물이 누군가의 마지막 호흡을 측정하는 정밀한 그릇이 되리라는 것만을 어렴풋이 예감하고 있었다.



햇살은 여전히 무덤 안을 가로질러 흙바닥의 결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업은 그 빛이 언젠가 완전히 차단되는 순간 자신이 무엇을 봉인하게 될지 상상하지 못한 채, 다음 돌을 정으로 쪼아냈다.



무덤은 삼 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통로는 두 번 꺾여 지하로 내려갔고, 그 끝에 놓인 돌방은 사방이 단단한 돌로 둘러싸였으며, 천장의 높이는 서 있는 사람의 머리 위로 손 하나 정도만 남겨둔 채 낮게 압축되어 있었다. 업이 계산한 대로 햇살은 입구에서 첫 번째 꺾임까지만 도달했고, 그 이후로는 오직 어둠만이 존재했다.



업은 마지막 돌을 끼워 넣으며 확신했다.



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쌓아 올린 이 무덤은 천 년을 견딜 것이며, 그 안에 묻힐 왕의 시간은 영원히 멈춰 설 것이고, 함께 묻힐 것들은 모두 돌의 질서 안에서 소멸할 것이었다. 업의 손바닥에는 삼 년 동안 쌓인 굳은살이 새로운 피부처럼 단단하게 자리 잡았고, 그는 그것을 만지작거리며 자신이 완성한 이 거대한 침묵의 구조물을 바라보았다.



그때 업에게 돌방은 셈이었고, 어둠은 각도였으며, 죽음은 그저 하나의 치수에 불과했다.






왕이 죽었다.



승하 사흘째, 관리는 업을 불러 명부 하나를 건넸다. 종이 위에는 백마흔두 개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중 절반은 이미 먹으로 지워져 검은 선 아래로 희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업은 명부를 받아들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으되, 여전히 그것은 숫자에 지나지 않았다.



백마흔두.



자신이 삼 년 전 무덤 안에 남겨둔 빈 공간의 개수. 그 빈 공간들이 이제 채워질 것이었다.



업은 무덤으로 향했다. 삼 년 만에 다시 선 무덤 입구는 여전히 견고했고, 돌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통로를 따라 내려가는 계단의 각도는 업이 기억하던 그대로였다. 하지만 무언가가 달랐다. 삼 년 전 이곳은 완성의 장소였으나, 지금 이곳은 거두는 장소였다.



업은 손끝으로 그것을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척 계단을 내려갔다.






승하 칠일째, 행렬이 시작되었다.



업은 무덤 입구에 서서 그들을 기다렸다. 해는 중천에 떠 있었고, 하늘은 눈이 부실 정도로 맑았으며, 바람은 따뜻했다. 업의 손에는 마지막 쐐기돌을 고정할 정과 망치가 들려 있었고, 그의 발치에는 문을 봉인할 거대한 단단한 돌이 놓여 있었다.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둔탁하고 느린 박자.



행렬은 길게 늘어서 있었다. 흰 옷을 입은 그들이 햇살에 반사되어 아른거렸다. 가장 앞에는 관리들이 섰고, 그 뒤로 젊은 여인들과 아이들이 따랐으며, 가장 뒤에는 노인들이 비틀거리며 걸었다. 그들 중 누구도 울지 않았다. 울음은 이미 사흘 전에 끝났을 것이고, 지금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걷는 일뿐이었다.



업은 그들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대신 발이 흙을 밟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그 소리가 자신의 발치에서 멈추는 것을 확인했다.



관리가 명부를 펼쳤다.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한 사람씩 무덤 안으로 들어갔다. 흰 옷이 어둠에 먹히는 순간, 그것은 마치 눈이 땅에 스며드는 것처럼 조용했다.



마지막 이름이 호명되었다.



행렬의 끝에 아이가 서 있었다. 열두어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 아이는 업을 바라보지 않았다. 다만 무덤 입구를 향해 걸어갔고, 계단에 발을 디뎠으며, 그렇게 어둠 속으로 내려갔다. 가느다란 어깨, 흔들리는 걸음, 그리고 마지막 햇살이 닿는 지점에서 잠시 멈춰 선 그 순간.



아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업은 정을 쥐었다. 이제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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