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이 죽은 뒤, 업은 자신이 만든 어둠 속으로 내려간다.
업은 횃불을 들고 돌방 안으로 들어섰다.
첫 번째 꺾임을 지나자 지상의 햇살은 가늘게 희석되어 사라졌고, 두 번째 꺾임을 지나자 공기는 차가운 비단처럼 매끄러워졌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냉기는 업의 발목을 감싸며 천천히 올라왔고, 횃불의 불꽃은 그 차가움 속에서 마치 숨을 고르듯 일렁이며 제 빛을 가늘게 조였다. 통로의 폭은 업이 두 팔을 벌리면 양쪽 벽에 손끝이 닿을 정도였고, 천장은 업의 머리 위로 손 하나 정도의 여유만 남겨둔 채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업은 계단을 한 발씩 내디뎠다. 돌계단은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었으나, 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도 밟지 않은 표면에는 가늘게 습기가 맺혀 있었고, 업의 발바닥이 그 위를 지날 때마다 희미한 물소리 같은 것이 어둠 속으로 번져갔다.
돌방의 입구에 다다르자, 업은 잠시 멈춰 섰다.
백마흔두 개의 숨. 그들은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듯 벽을 따라 고요히 앉아 있었고, 업의 횃불이 그 고요를 깨뜨리자 마치 수면이 흔들리듯 그 빛을 받아들였다. 업은 횃불을 들어 올렸다. 빛이 벽을 타고 올라가며 방의 모양을 드러냈다. 사방이 단단한 돌로 둘러싸인 방. 가로 열 걸음, 세로 여덟 걸음. 천장의 높이는 서 있는 사람의 머리 위로 손 하나. 업이 셈했던 그대로였다. 하지만 셈 속에 없던 것이 하나 있었다. 사람들이 내뿜는 숨의 온기가 차가운 돌벽에 닿으며 만들어내는 미세한 안개, 그것이 횃불의 빛 속에서 희뿌옇게 떠돌며 공간을 부드럽게 흐렸다.
업은 방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섰다.
그들은 벽을 따라 앉아 있었다. 무릎을 끌어안은 사람, 고개를 떨군 사람, 허공을 응시하는 사람. 울지 않았다. 울음은 이미 끝났을 것이고, 두려움은 체념으로 가라앉았을 것이었다. 그들은 이 자리를 마치 오래전부터 예정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업은 그들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대신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가늠했다. 백마흔두 명이 앉아 있는 자리, 그들이 내뿜는 공기의 양, 그들이 소비할 숨의 속도. 업의 머릿속에서 셈들이 조용히 흘렀다.
방의 한가운데, 왕의 관이 놓여 있었다.
검게 칠해진 나무 관. 그 위에는 금실로 수놓인 천이 덮여 있었고, 관의 네 모서리에는 구리로 만든 장식이 은은한 빛을 내며 박혀 있었다. 업은 관을 지나쳐 방의 끝으로 걸어갔다. 거기, 마지막 쐐기돌이 놓일 자리가 비어 있었다. 거대한 단단한 돌. 그것을 끼워 넣으면 이 공간은 완전히 봉인될 것이고, 안과 밖은 영원히 단절될 것이며, 이곳에 남은 모든 것은 돌의 질서 안에서 서서히 가라앉을 것이었다.
업은 쐐기돌의 홈을 손으로 더듬었다. 삼 년 전 자신이 깎아낸 그 표면은 여전히 정확했고, 각도는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었으며, 업이 셈했던 그 밀착이 지금도 가능할 것이었다.
업은 허리를 펴고 뒤를 돌아보았다.
횃불의 빛이 방 전체를 비추고 있었으나, 그 빛은 돌벽에 부드럽게 흡수되어 다시 어둠으로 녹아들었고, 결국 밝혀진 것은 방 한가운데 작은 원뿐이었다. 그 원 안에 왕의 관이 있었고, 그 원 밖으로 백마흔두 개의 그림자가 벽을 따라 물처럼 늘어서 있었다.
업은 그 그림자들을 하나씩 훑었다. 그리고 멈췄다.
방의 구석, 가장 어두운 곳에 아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행렬의 마지막에서 보았던 그 아이. 열두어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 아이는 무릎을 끌어안고 있었고, 얼굴을 무릎에 묻은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으며, 그 작은 몸은 횃불의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마치 돌벽에 새겨진 희미한 부조처럼 어둠에 기대어 있었다. 업은 그 모습을 보았다. 삼 년 전 손으로 더듬으며 헤아렸던 그 빈 자리. 여인 하나, 혹은 아이 둘이라고 짐작했던 그 자리. 지금 그 자리에 아이가 있었다.
업의 손에서 횃불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그 흔들림이 방 안의 그림자들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업은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왜 그 아이를 보았는지 알 수 없었다. 백마흔두 명 중에서 왜 하필 그 아이였는지. 업은 모른다고, 알 필요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곳은 여전히 돌과 흙이고, 아이는 여전히 채워야 할 자리이며, 업이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봉인뿐이었다.
업은 정과 망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쇠가 돌에 닿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가 물결처럼 퍼져나갔고, 그 여운이 벽에 부딪혀 되돌아올 때쯤에는 거의 속삭임처럼 가늘어져 있었다.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방 안에는 오직 고요만 남았다.
업은 횃불을 벽의 홈에 꽂았다.
이제 두 손이 자유로워졌고, 업은 마지막 쐐기돌을 확인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돌의 표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차갑고 단단한 감촉. 삼 년 동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돌. 업은 돌의 무게를 가늠했다. 사백 근쯤. 혼자 밀어 넣을 수 있는 한계. 업은 돌의 모서리에 손을 대고 힘을 주었다. 돌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길은 정확했다. 조금만 더 밀면 돌은 제자리에 끼워질 것이고,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날 것이었다.
업은 손을 거두었다.
아직 아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업은 일어서서 다시 방을 둘러보았다. 백마흔두 명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고, 왕의 관은 여전히 방 한가운데 놓여 있었으며, 횃불은 여전히 벽에 꽂혀 부드러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업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마지막 점검. 돌의 각도, 바람의 길, 관의 위치.
업은 천천히 방을 가로질렀다. 발소리가 바닥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 소리가 벽에 닿아 되돌아왔다. 업은 왕의 관 옆을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그 구석으로 향했다.
아이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업은 아이로부터 세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횃불의 빛이 여기까지는 희미하게만 닿았고, 아이의 얼굴은 그 희미한 빛과 어둠 사이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업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왜 여기 서 있는지, 이 아이에게서 무엇을 보려는 건지. 업은 입을 열려다 다물었다. 말은 필요 없었다. 이곳에서 말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업은 그저 서 있었다. 아이의 작은 어깨가 숨을 쉴 때마다 미세하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살아 있었다. 아직은.
업은 뒤를 돌아 다시 쐐기돌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제 시작할 시간이었다. 업은 정을 집어 들었다. 쐐기돌의 마지막 홈을 다듬어야 했다. 틈 없이 맞물리도록. 업은 정 끝을 돌에 대고 망치를 들어 올렸다.
첫 타격.
깡.
맑은 쇳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소리는 벽에 부딪혀 증폭되었고, 천장을 타고 되돌아왔으며, 바닥을 스치듯 지나 다시 업의 귓가로 흘러들었다. 업은 리듬을 유지했다.
깡, 깡, 깡.
일정한 간격. 업이 평생 유지해온 그 박자.
그때, 무언가가 들려왔다.
업은 망치를 멈췄다. 마지막 쇳소리가 방 안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 잔향이 물결처럼 가라앉자, 업은 귀를 기울였다.
처음에는 바람인가 싶었다. 돌이 내는 소리인가 싶었다. 차가운 공기가 벽을 타고 흐르는 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노래였다.
아이가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마치 오래전부터 이 노래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마치 이것이 자신이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인 것처럼, 조용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낮고 가느다랗게. 흔들림 없이. 돌벽을 타고, 어둠을 타고, 업의 귓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