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정질과 노래

— 쇳소리로 노래를 덮으려 했으나, 손이 먼저 떨렸다.

by leehyojoon ARCH

3장. 정질과 노래

— 업은 쇳소리로 노래를 덮으려 한다. 하지만 망치질이 빠를수록 노래는 더 선명해지고, 손에서 떨림이 시작된다.



업은 다시 정을 들었다.


노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낮고 가느다란 목소리. 아이는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그 소리는 방의 구석에서 천천히 피어올라 돌벽을 타고 흘렀다. 마치 물이 돌의 결을 찾아 스며들듯. 업은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애썼다. 대신 자신의 일에 집중하려 했다. 정 끝을 돌에 대고, 망치를 들어 올리고, 타격하고, 다시 들어 올리는 일. 업이 평생 해온 그 반복.


깡.


첫 타격. 쇳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업은 멈추지 않고 다시 망치를 들어 올렸다.


깡. 깡.


두 번째, 세 번째. 일정한 간격. 업은 리듬을 유지했다. 쇳소리가 노래를 덮을 것이라고, 저 가느다란 목소리는 이 단단한 쇳소리 속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쇳소리가 멈추는 순간마다, 그 짧은 침묵 속에서 노래는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마치 쇳소리가 노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업은 속도를 높였다.


깡, 깡, 깡, 깡. 망치질이 빨라졌다. 타격과 타격 사이의 간격이 좁아졌고, 쇳소리는 하나의 연속된 울림처럼 방 안을 채웠다. 업의 팔은 쉬지 않고 움직였고, 정을 쥔 손에는 땀이 배어들었으며, 어깨의 힘줄은 팽팽하게 당겨졌다. 하지만 노래는 여전히 들렸다. 쇳소리 사이사이를, 잔향 속을 비집고, 노래는 흘러나왔다. 쇠와 돌이 부딪히는 소리와 아이의 목소리가 뒤엉켜, 그것은 업이 들어본 적 없는 기묘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업은 망치를 내려놓고 숨을 골랐다.


"햇살 한 줌 들지 않는 돌방 안에서."


업은 고개를 들어 방을 둘러보았다. 햇살은 이곳에 없었다. 첫 번째 꺾임을 지나며 희석되었고, 두 번째 꺾임을 지나며 완전히 차단되었으며, 지금 이 돌방 안에는 오직 횃불의 빛만이 존재했다. 업이 빚어낸 그대로였다. 햇살 한 줌 들지 않는 곳. 업은 그것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하지만 지금 아이는 그 햇살에 대해 노래하고 있었다.


업은 다시 정을 들었다. 이번에는 더 세게, 더 빠르게. 망치가 공기를 가르며 내려왔고, 정 끝이 돌을 쪼았으며, 그 충격이 업의 팔을 타고 올라와 어깨를 흔들었다. 깡, 깡, 깡. 쇳소리는 벽에 부딪혀 증폭되었고, 천장을 타고 되돌아왔으며, 바닥을 긁고 다시 업의 귓가로 몰려들었다. 방 안은 쇳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노래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를 기억할 이름조차 어둠에 먹히네."


업은 손을 멈췄다. 정을 내려놓고 아이가 있는 구석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이제 얼굴을 무릎에서 들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며 노래하고 있었다. 횃불의 빛이 아이의 얼굴을 비췄다. 어린 얼굴. 열두어 살. 눈물은 없었다. 아이는 울지 않고 있었다. 그저 담담하게, 마치 오래전부터 이 노래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업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바닥에는 삼 년 동안 쌓인 굳은살이 있었고, 손가락 사이에는 돌가루가 끼어 있었으며, 엄지와 검지 사이로는 정을 쥔 자국이 깊게 패여 있었다. 돌을 쌓은 손. 햇살을 차단한 손. 숨을 셈한 손. 삼 년 전, 이 손은 확신에 차 있었다. 돌처럼 단단하게. 돌처럼 흔들림 없이.


하지만 지금 업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미세하게.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분명히. 마치 돌벽 속에서 노래의 진동이 손끝까지 스며든 것처럼. 업은 손을 꽉 쥐었다. 떨림을 멈추려 했다. 하지만 손은 말을 듣지 않았다.


노래는 계속되었다.


"왕의 잠자리를 지키라 명받았으나."


업은 고개를 들어 왕의 관을 바라보았다. 검게 칠해진 나무 관. 금실로 수놓인 천. 구리 장식. 왕은 그 안에 누워 있었고, 업이 만든 이 돌방은 왕의 영원한 잠자리가 될 것이었다. 비단과 금실과 구리. 업은 그것들을 위한 자리를 셈했다.


"정작 나의 잠자리는 차가운 흙바닥뿐이라."


업은 시선을 내렸다. 아이가 앉아 있는 그 자리. 흙바닥. 차갑고 거칠며 아무것도 없는 그 자리. 업이 삼 년 전 여인 하나, 혹은 아이 둘이라고 짐작했던 바로 그 자리. 왕의 비단 관과 아이의 흙바닥. 업은 그것을 쌓았다. 셈했다. 빚어냈다. 하지만 삼 년 전 업에게 그것은 치수의 차이였을 뿐이었다. 자리의 배치. 돌의 선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지금은 달랐다.


업은 정을 다시 돌에 댔다. 망치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내리칠 수 없었다. 노래가 계속되고 있었고, 그 노래는 이제 업의 귀가 아니라 가슴 어딘가를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정이 돌을 쪼듯, 노래가 업의 무언가를 쪼고 있었다. 업은 망치를 든 채 멈춰 있었다. 팔은 공중에 떠 있었고, 정은 돌에 닿아 있었으며, 업의 온몸은 마치 돌처럼 굳어 있었다.


아이의 목소리가 천장을 향해 올라갔다. 업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두터운 돌. 흙. 그 위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을 것이었다. 노래는 이 돌을 뚫지 못할 것이었다. 업이 빚어낸 그 두께가 노래를 가두고 있었다. 업은 그것을 알았다. 삼 년 전에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노래를 가두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돌의 두께였을 뿐이었다.


"내 노래가 땅 위로 솟지 못하니,"


아이의 노래만이 흘렀다.


그 소리는 돌벽을 타고 올라갔고, 천장에 닿아 퍼졌으며, 다시 내려와 바닥을 스쳤다. 횃불의 빛이 일렁일 때마다 그림자들이 움직였고, 그 그림자 속에서 노래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방 안을 맴돌았다. 쇠가 닿지 못하는 곳까지. 돌이 막지 못하는 곳까지.


업은 눈을 감았다. 노래를 듣지 않으려고. 하지만 눈을 감으면 소리는 더 선명해졌다.


업은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망치를 내렸다.


깡.


약한 쇳소리였다. 업이 의도한 것보다 훨씬 약했다. 소리도 작았다. 쇳소리는 힘없이 방 안을 스치고 지나갔고, 곧 사라졌다. 업은 다시 망치를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더 세게. 깡.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업의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깨는 무거웠고, 손목은 뻣뻣했으며, 손가락은 정을 제대로 쥐지 못했다.


업은 도구를 내려놓았다.


정과 망치가 바닥에 닿는 소리. 그 소리는 업이 들어본 것 중 가장 무거웠다. 쇠가 흙에 부딪혀 내는 둔탁한 울림. 마치 무언가가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처럼. 업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차가운 흙의 감촉이 올라왔다. 업은 두 손을 바닥에 짚었다. 손바닥에 흙이 묻었다.


아이의 흙바닥과 같은 흙이었다.


노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업은 고개를 들어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허공을 향해 노래하고 있었다. 담담하게. 흔들림 없이. 마치 이것이 자신이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인 것처럼.


업은 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느꼈다. 부서지고 있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업은 일어서려 했으나 일어서지 못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업은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아이의 노래를 들으며. 돌방의 차가운 숨을 마시며. 횃불이 타들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업은 알았다. 자신이 무언가를 놓쳤다는 것을. 삼 년 전, 죽간 위에 점을 찍을 때. 빈 자리를 셈할 때. 여인 하나, 혹은 아이 둘이라고 짐작할 때. 업은 무언가를 놓쳤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노래 속에서, 업은 그것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애써 외면했던 무언가가,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형태로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


업은 천천히 일어섰다.


횃불을 거두었다. 돌방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왕의 관. 벽을 따라 앉은 그림자들. 그리고 구석에서 여전히 노래하고 있는 아이.


마지막 구절이 노래가 업의 등을 타고 흘렀다. 업은 통로를 향해 걸었다.


한 발. 또 한 발.


첫 번째 꺾임을 지났다. 두 번째 꺾임을 지났다. 계단을 올라갈수록 노래는 점점 멀어졌다.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돌 너머에서, 어둠 속에서, 아이의 노래는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업은 무덤 밖으로 나왔다.


발치에는 쐐기돌이 놓여 있었다. 사백 근의 단단한 돌. 업은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노래는 아직 들렸다. 무덤 입구 너머에서. 희미하게. 하지만 분명히.


업은 몸을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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