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김영하 / 문학동네

by 정작가


<보다>는 <호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작가 김영하의 산문집이다. <보다>, <읽다>, <말하다>의 연작 산문집 중 제일 처음 출간된 책이다. 이전에 처음으로 접한 작가의 작품인 <호출>을 읽고 문체가 간결하고 정감이 넘쳤다는 기억이 있다. 이 산문집도 그런 기억의 연장선상에 있다. 마치 추위가 지나가고 따뜻하게 맞이하는 봄바람처럼 아늑한 느낌이 절로 드는데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쓴 글과 단조롭지 않고 상큼한 느낌의 내용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산문의 내용을 보면 작가의 관심 분야가 어느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영화를 언급한 대목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작가의 전직인 시나리오 작가라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여하튼 다양한 분야의 소재들은 글의 내용을 풍성히 해주고, 미처 알지 못했던 정보를 알려주는 전령사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무릇 작가는 박학다식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더라도 여러 분야의 지식들을 섭렵하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이 책에서는 그런 잡학사전을 읽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삽화 또한 볼 재미를 배가시키는데 다소 이질적인 풍의 그림들은 예술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무난한 내용이라 읽기도 부담이 없다. 전작의 소설 작품처럼 파격적이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이 책이 산문집이라는 형태를 띤 장르라는 이유가 클 것이다. <읽다>, <말하다>라는 산문집 또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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