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이용주 / 믹스커피
<나의 빈틈을 채워주는 교양 콘서트>는 나의 편견을 바꿔주는 교양 이야기라는 콘셉트로 기획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좀 색다르다. 팟캐스트 ‘몰라도 아는 척’이라는 교양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잘 몰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책!
띠지의 문구처럼 이 책은 부담 없이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책이지만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기후위기, 미래사회라는 제법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주제와 어울리는 키워드를 통해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시공간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영원할 것만 같던 민주주의 체제에 위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면 포퓰리즘에 대해 고찰할 수도 있다. 디즈니에서 인어공주 역할로 흑인 배우를 택한 과정을 살펴보면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또 어떨까?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해방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페미니즘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과연 주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히게 되면 존엄사에 대한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 영화 <기생충>에 인디언 캠핑이 흥미롭게 비친 것을 보고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소홀한 것도 범죄의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기후 소송에 대해 진지한 사유의 칼날을 벼릴 수도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는 정말 혁신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이렇듯 <나의 빈틈을 채워주는 교양 콘서트>에서는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시사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사유하고 고민할 수 있는 재료들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PART1 | 민주주의: 내부에 적이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에서 살아가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한 번도 비민주적인 체제에서 살아간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진정으로 그런 세상 속에서 살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만큼 ‘그렇다’하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온전히 그런 체제가 구현되는 이상적인 세상에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는 이를 증명한다. 멀리 가지 않고 2016년 ‘최순실 게이트’로 알려진 국정농단 사건만 보더라도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민주주의의 구체적인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저자가 미국의 정치과학자 래리 다이몬드가 이야기했던 민주주의의 네 가지 기본 요소를 살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택하고 교체하는 권력 경쟁
- 정치와 시민활동에 대한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
- 법과 절차가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법칙
- 모든 시민의 기본적인 인권 보호
이것을 요약하면 바로 국민주권, 국민자치, 입헌주의, 권력분립이라는 키워드를 추출해 낼 수 있다. 또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다른 정치체제에서 볼 수 없는 구성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선거, 헌법, 언론의 자유라고 저자는 설파한다. 대략적으로 이렇게 민주주의 대한 이해를 구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민주주의 위기로 자주 거론되는 포퓰리즘에 대해 고찰할 기회를 갖게 된다. 영국의 EU 탈퇴, 영국 독립당의 약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에 남긴 흔적이란 장에서는 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또한 중국의 공산당 독재와 좌절된 홍콩의 봄과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민주주의 체제가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빠질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다소 생경한 정치 체제에 대한 언급만으로도 독자들은 멘털 붕괴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의 배려로 단단한 장치를 마련해 두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이란 코너는 시사상식에 문외한인 독자들에게는 친절한 길라잡이 역할을 수행한다. 민주주의를 다룬 이번 파트만 보더라도 이 코너가 없었다면 저자가 의도했던 주장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해진다. 독자들 중에 혹시 일국양제와 항인치항이라는 의미를 아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홍콩 보안법, 쿼드, 지니계수, 좌파 포퓰리즘은 또 어떤가? 이렇듯 우리가 흔한 단어로 알고 있는 민주주의조차도 깊숙이 들어가 보면 생경한 단어들의 세례를 받지 않고서는 그의 본질적인 의미를 유추하기도 쉽지 않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이 책을 ‘잘 몰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책!’이라고 소개한 문구를 결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안 된다는 것을.
PART2 | 페미니즘: 갈등과 혐오를 넘어 연대로
앞부분에서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지식과 상식들을 알아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파트는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는 키워드다. 이 단어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수많은 사상의 세례를 거쳐야 한다. 철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보자면 ‘정의’와 ‘공정성’이라는 화두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 정도로 이 문제의 핵심에 본질적으로 도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우선 세 가지 철학적 담론을 꺼내놓고 이 문제를 다룬다.
- 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
-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
-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
저자가 언급한 대로 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에서는 자신의 출신, 나이, 성별, 계급 등 자아와 주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망각한 상태를 가정한다.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에서는 최대다수의 질적인 만족감이 보장될 때를 가장 정의로운 사회로 규정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에서는 개인이 가장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을 부여한다고 말한다. 이런 철학적인 담론을 기초로 하여 혐오의 감정, 편견과 공정함, 다양성과 소수, 공정한 분배와 관련된 영역으로 사유의 범위를 확장하다 보면 페미니즘에서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키워드인 혐오를 이해하고 해소하는 방향으로 의식을 바꿔갈 수 있다. 이 파트에서는 페미니즘의 역사와 변천에 대해서도 다룬다. 페미니즘의 제1물결은 1950년 이전, 제2물결은 1960~1980년, 페미니즘의 제3물결인 1980~2000년대 중반까지를 말한다. 이런 역사의 궤적을 통해 우리는 페미니즘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게 된다.
PART3 | 기후위기: 보는 걸 넘어 행동으로
기후위기는 현실적으로 쉽게 와닿지 않는 주제다. 저자가 언급한 대로 <인터스텔라>, <투모로우>, <설국열차>,<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과 같은 영화를 통해 기후위기와 재난 상황을 목도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 실체와 인류에 끼칠 영향력을 미루어 짐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안들은 실체적인 진실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다만 ‘인권의 시각에서 바라본 기후위기: 바이러스’라는 장을 보면 기후위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더 이상 관념적으로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한계점을 드러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서 권력구조가 고착화된다고 가정한다면 민주주의와 환경관계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민주주의와 환경의 관계가 긍정적인 다섯 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 민주주의는 개인의 정치적 권리와 자유로운 정보교환이 가능하다.
-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 언론의 자유, 조직된 이익집단의 활동 등으로 비민주적인 제도보다 환경에 잘 반응한다.
- 민주주의는 개방적이기 때문에 환경정책의 성공 또는 실패에 대해 정보의 유동성을 증진해 학습효과가 높다.
- 민주주의는 지구적 환경협력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한다.
- 민주국가의 특징인 개방시장 경제는 오염자 부담의 원칙과 같은 환경정책에 책임성을 부여해 최선의 유인책을 제공한다.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은 기후시대의 민주주의가 숙의(熟議) 민주주의로 발돋움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제약의 일탈을 예고한다. 프랑스의 기후 시민회의, 아일랜드의 시민의회 등의 예는 이런 사고의 진전을 확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ART4 | 미래사회: 앞으로 다가올 난제들
이번 파트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존엄사와 새로운 시대의 혁신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는 메타버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장수사회에서 존엄사는 중요한 이슈의 정점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에 대해 고찰하는 것은 다가올 미래사회의 난제에 대비하는 측면에서라도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여기서 잠깐!’이라는 코너에서 다루고 있는 한국의 ‘보라매 병원 사건’과 ‘김 할머니 사건’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타버스는 혁신적인 개념의 신세대 기술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이는 저자의 개인적인 관점일 수도 있겠지만 언론과 매스컴에서 대대적으로 다루었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아직까지 그렇게 현실적인 기술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아직도 이렇다 할 반향이 없는 것을 보면 지나치게 가치가 과대평가된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기술들에 대해 살펴본다면 이런 의문점에 대한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 인터넷: 현실의 정보 검색을 온라인으로 대체한다.
-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현실의 각종 작업을 온라인 공간에 옮겨 어디서든 단말기로 작업이 가능하다.
- 온라인 게임: 현실의 친구와 온라인으로 만난다.
- 온라인 쇼핑: 현실의 상점을 온라인에서도 이용 가능하게 한다.
- 핀테크(Fin Tech): 현실의 금융 기관을 온라인으로 대체한다.
-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 현실의 인간이 기계(컴퓨터)와 상호 작용한다.
- 인공지능: 현실의 인간 지능을 온라인에 있는 NPC의 인공지능이 대체하게끔 한다.
- NFT: 저작권을 온라인으로 옮긴다. 디지털 파일에도 대체불가능한 원본성을 부여한다.
- 암호화폐: 현실의 화폐를 온라인으로 옮긴다.
위에서 언급한 기술들을 살펴보면, 현실적으로 이미 상용화된 기술도 있고 앞으로 발전시켜 나아갈 기술들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파트에서는 ‘메타버스가 불러올 변화’라는 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란 장에서는 ‘서울에 취직한 지방 청년 A씨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지방을 살리기 위한 방안과 수도 서울 또한 인구 감소의 가시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심어준다. 각종 통계와 도표는 이런 현실이 막연한 통계수치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징하게 드러내주는 경고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의 빈틈을 채워주는 교양 콘서트>는 ‘민주주의부터 메타버스, 인구 감소까지 24개 키워드로 정리하는 이 시대의 최소한의 교양’이라는 홍보문구가 무색하지 않게 몇 가지 주제와 소주제로 엮은 알찬 구성이 인상적인 텍스트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간과하고 있었던 주제들을 끄집어내어 새로운 안목으로 변모시키는 솜씨는 다년간 팟캐스트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세상의 고민을 마주했던 두 명의 저자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쉴 틈 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핵심적인 시대의 가치를 볼 수 있는 혜안을 기를 수 있다면 좋겠다.
훌륭한 교양은 양식의 꽃이다.
- 에드워드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