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다카시 / 위즈덤하우스
우리나라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보편적인 삶의 형태는 아닌 것 같지만 정작 요즘 현실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는 1인 가구의 증가가 그렇고, 그런 현실에 발맞추어 번창하는 사업들이 그렇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이런 사회 현상으로 접근하는 책은 아니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볼 때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도 부인할 순 없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오래전부터 혼자라는 생활에 익숙히 길들여져 왔다. 유년 시절이나 학창 시절을 회고해 보면 또래 집단 문화에서 비교적 소외된 일상을 영위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것은 의도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정체성의 발로였는지 모른다.
이 책에서 말하는 혼자에 대한 규정은 무작정 폐쇄된 채 홀로 삶을 구가하려는, 이를테면 일본에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히키고모리족(일종의 은둔자)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것이다. 관계지향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일은 어쩌면 힘겨운 자기 자신과 혹은 세상과의 싸움을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유난히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느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시간을 할애한 적이 많았다. 돌이켜 보면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시간과 행위를 공유한 시간들이 내 인생의 끼친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보면 저자가 말하고 있는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본질을 설명하는 대목이 있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자’‘자신을 치유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혹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키우는 시간을 좀 더 갖자고 말하고 싶다. 뇌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지적인 생활이야말로 누구나 경험해야만 하는 ‘혼자 있는 시간’의 본질이다.
그렇다. 이 구절을 정리해 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고 능력을 키우라는 말이다. 저자인 사이토 다카시 또한 젊은 시절을 사람들과 거의 교류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것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 말하고 있다. 무작정 혼자만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활용하여 자신의 역량을 강화시키라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의 요체다.
이 책에는 혼자만이 갖는 시간의 가치를 다양한 접근을 통해 보여준다. 책의 목차만 보더라도 그런 인식은 금방 드러난다. 기회는 혼자 있는 순간에 온다, 적극적으로 혼자가 돼야 하는 이유,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만의 시간, 혼자인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내가 되기 위하여.
지난 시절, 내게도 한 때는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도서관을 전전하며 독서의 의지를 불태우곤 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시간들을 역량을 키우는데 활용하기는커녕 나 자신조차도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여 하루속히 그런 생활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할애된 소중한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항상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 시간이 주어질 때 제대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누구도 꿈을 대신 이뤄주지는 않는다. 다시 한번의 그의 말을 상기해 보자.
고독을 극복하면서 단독자임을 자각할 수 있었고, 오로지 혼자서만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맞는 말이다.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해서 항상 관계 속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만이 해야 할 일도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무작정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삶의 의미를 찾다 보니 정작 사람들이 떠났을 때의 그 허탈감이라는 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시련은 고독한 시기를 단련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주었다. 저자의 말처럼 고독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떤 시련에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실제로 고독한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긍정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발전적인 행위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자신의 상태부터 파악하라’는 장을 보면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자신을 돌아본다, 교양을 쌓는다, 일기를 쓴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두 가지는 하고 있다. 교양을 쌓는 일이 독서라면 독서는 이미 생활화된 지 오래고, 일기는 거의 매일 쓰고 있으니 나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은 상황이다. 저자는 또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세 가지 기술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원서를 읽거나 번역을 해 본다’는 방법이 눈길을 끌게 한다.
이 책에서는 고독을 다루는 책으로 세 권을 추천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가르시아 메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이 그 책들인데 눈에는 익지만 실제로는 읽어보지 못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혼자만의 시간에 익숙해진 내게 금과옥조와도 같은 책이다. 고독의 가치를 부정하고 힘든 시간을 감내해야 했던 기억들을 보상해 준다는 느낌이랄까? 역설적으로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은 자유롭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는 일이 일상이 된 것이지만 돌이켜보면 암담하고 힘든 시간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젠 그런 시간들도 흘러갔고, 혼자만의 시간의 가치를 알기에 더욱 몰입하여 생활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인간관계를 생활의 중심에 두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산 적이 많았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흠이 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생활을 내팽개쳐 버리면서까지 관계에 충실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이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이뤄낼 수 있는 가치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동안 나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살아온 이유로 온갖 시행착오를 겪은 것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활용해야 하는 것은 이제 절체절명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그동안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통해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
○ 이 책의 밑줄 긋기 ○
- 뭔가를 배우거나 공부할 때는 먼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힘, 나는 이것을 자기력(自期力)이라고 부른다.
- 사람은 고독할 때 힘을 키울 수 있다.
- 사람은 일단 쓰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 쓰는 작업은 내면을 파고드는 드릴이 된다. 내관의 대체법이 되어주는 것이다.
- 몽상하는 사람만이 삶의 근원적인 의미에 다다를 수 있다.
-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찾아내고 즐기다 보면 ‘혼자’라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로 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온전히 자기만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 훌륭한 공적을 남긴 사람은 모두 명백히 고독하며, 그 고독을 혼자 이겨냈다.
- 저속하고 지루한 친구보다는 충실한 고독이 낫다.
- 죽음을 외면하고 있는 동안에는 자신의 존재에 마음을 쓸 수 없다. 죽음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자신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영향을 준다.
- 성장하려면 적어도 한 번은 익숙한 지점에서 빠져나와 그것들과 단절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낸다는 것은 자신의 세계에 침잠하여 자아를 확립한 후에 다른 사람들과 유연하게 관계를 맺고 감정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당신의 미래를 결정한다. <생각 버리기 연습>의 코이케 류노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