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문화부 / 메디치미디어
순수한 의미의 작가만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각양각색의 직업에 종사하면서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는 자그마치 24명의 파워라이터라고 하는 이들에 대한 글쓰기 담론이 소개되어 있다. 철학자에서 칼럼니스트까지 글에 대해 연관성이 있는 직업군은 물론 다소 글쓰기와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직군들도 포착되는 것을 보면 글쓰기가 작가만의 전유물이라는 시선은 이제 거두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파워라이터라는 의미가 작가로서 힘이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면 이 책에 소개된 작가들은 그런 의미에 부합한다. 왜냐하면 하나같이 명문대 출신에 기본이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글쓰기조차도 우리 사회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느낌이다. 정작 소외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자기의 의견을 개진할 창구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온통 식자층들에 좌지우지되는 형편이니 말이다. 이런 파워 엘리트들이 역설적으로 사회의 소외문제를 다루고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들을 그냥 아무 비판 없이 쳐다볼 수 밖에는 없는 것일까? 여전히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글쓰기에 접근하는 길은 열렸지만 정작 문필의 힘이 미치는 곳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또 다른 딜레마로 작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너무 비약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한 인사들(?)이 망라되어 있는 이 책을 보면 책과 글쓰기에 대해 갖고 있는 독특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자기가 전공한 분야와 일정한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글쓰기처럼 정답이 없이 자기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명사들의 생활상을 통해 현재의 위치를 가늠하고 작가로서의 삶을 향해가는 척도로 삼는다면 이 책처럼 다양하게 작가의 길을 제시해 주는 책도 드물다고 할 것이다. 이전의 사고방식처럼 시인이나 소설가처럼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교수들의 논문만이 글쓰기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미 다양한 방식을 통해 글쓰기 창구는 무한대로 퍼져나가고 있고, 이런 시대에 획일적으로 글쓰기를 규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심이 집중되었던 부분은 서재에 대한 부분이다. 단순히 장서의 수가 지적인 능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에 대한 관심도가 장서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작가의 성향에 따라 장서권수를 조정하는 경우도 생기고, 어떤 경우는 장서 보유를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는 열의(?)도 보이는 측면을 보면 글쓰기의 스타일만큼이나 책을 대하는 자세 또한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글을 쓰건 책을 보유하건 정답은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를 읽는 사람 모두가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독자 또한 각기 다른 목적으로 책을 읽고, 이유도 다양한 만큼 글을 쓰고 책을 대하는 방식 또한 획일적인 방식에 고정되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의 프리즘을 확대해 나간다면 수많은 작가들을 인터뷰한 - 이 책의 저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 편집진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책 뒤표지의 문구처럼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개성 있게 써낼 수 있다면 당신도 이미 저자다’라는 말에 공감이 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