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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pr 12. 2024

안정감은 대체 어디에?

책을 기록함

<호텔 뒤락>, 애니타 브루크너, 김정 옮김, 문학동네



가볍게 읽을거리를 찾아서 그리 두껍지 않은 소설을 골랐다.

지은이가 마침 우리 아버지와 같은 1928년 생이어서,

나는 우리 부모님과 같은 해 출생한 분들께 괜히 호감을 느끼므로^^

런던에서 태어난 지은이는 미술사를 전공한 교수로 학문적으로 상당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한다.

뒤늦게 취미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거의 해마다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도 탄탄하게 다진 으로 보인다.



소설은, 성수기가 지난 스위스 한 호숫가 호텔에서의 이주일을 그린다.

(레만 호수에 있는 몽트뢰인 듯)

오래된 가문의 노부인이라든가,

막대한 부를 상속받은 모녀라든가.

대대로 유력한 기업을 운영하는 집안이라든가, 하는 갖가지 사연을 가진 유한계층 단골손님들이 부유함을 소비하는데.

소설 초반에는 내가 성장기 때 한창 읽어댔던 19세기 후반~ 20세기 초의 귀족사회를 그린 듯한 분위기였다.

중간에 컬러 TV가 나오고,

발표된 시기가 1984년이며.

끝까지 읽어보면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맞다.

여전히 유럽에는 빈부귀천의 영역 구분이 뚜렷하다는 느낌.


사랑을 하면서도 불안하고

그래서 결혼이라는 안정감을 구하지만.

로맨스 소설가인 화자는 막상 결혼에 이르기 직전 도망치거나,

다시 결혼 결정을 하기 전 그렇지 않다사실을 깨닫는다.

소설 속 여러 형태의 부부들은,

각각의 형태로 출렁거리고 삐걱거린다.

그들 사이에 불륜이 일반적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불안정성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결혼 생활이 절대 쉽지 않음에도 결혼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이 안정감이라고들 말하는데.

평생 결혼하지 않은 작가는 그것이 일시적이거나

단지 안정된 척 가장할 뿐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경제적 요인을 제거하고 순수히 두 사람 간의 심리적 요인만 보여주기 위해,

풍요로운 인물들의 사례를 다룬 건지 모르겠다.

돈 문제가 섞이면 문제가 단지 경제적인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기에.

혹은 경제적인 부족함이 없어서 또는 부유함이라는 울타리가 있기에,

혼인 상태는 유지하면서 서약은 쉽게 저버리는지도 모르지.



예로부터 일부일처의 결혼 제도는 인간의 일부 본성에 배치되는 모순투성이였고,

부부 사이에는 갈등과 불만이 팽배했지만.

그럼에도 결혼제도는 많은 장점이 있고.

가정이라는 사회적, 경제적 단위의 하부구조가 사회를 안정적으로 떠받치는 사회적 이점이 있다.

사람들 또한 결혼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가정을 꾸려갈 필요에서 생존의 고단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면이 있다.

하지만 수명이 길어지면서 같은 배우자와 혼인 기간이 길어지고,

독신생활이 편리해진 현대사회에서.

과연 결혼제도의 안정성은 여전히 유효한가, 잠시 생각할 기회는 되었다.


인생은 늘 출렁이는 파도에서 고군분투하는 조각배이다.

삶의 불안정과 변동성을 받아들이자, 는 소감.

물론 평생 사랑하고 위하면서 진정한 동반자로 살아가는 부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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