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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pr 17. 2024

요즘 나의 소확행

끄적끄적

전에 쓴 적이 있는데.

작년 크리스마스 전에 알리에서 솔방울 모양을 씌운  전구가 줄에 조르르 달린 저렴이 태양광 점멸등을 샀었다.

장식 등은 침실 창문 앞에 늘어뜨리고 전지판은 바깥창문 안쪽에 대충 끼워두었는데.

그래도 발전이 되어서 일몰 무렵이면 어김없이 불빛이 반짝거린다.

처음처럼 밤새 불이 들어오지는 않고 그날의 일조량에 따라 몇 초 반짝이다가 불이 꺼지기도 하고.

화창한 날이조명이 몇십 분은 가는데.

봄이 오면서 불이 켜지는 시간은 늦어지고 점멸 속시간은 길어진다.

요즘 일몰시간은 7시 언저리여서 장식 등이 켜질 때는 내가 저녁밥을 먹을 때라,

불이 켜지는 순간을 놓치는데.

문득 침실을 들여다보면 혼자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조명등이 점멸하고 있다.

기쁘다.

매일 반복되는 일인데 매일 기쁘다.



제주도 구좌 당 한 상자를 사서 먹다 보니 남은 당근에서 싹이 움트고 있었다.

종종 부엌 창문 앞에 싹이 튼 당근을 키우시던 어머니 생각이 떠올라,

싹이 난 윗부분을 잘라 물에 담아 볕이 잘 드는 창가에 두었다.

잘 자란다.

연한 초록빛과 주황색 당근 색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틈틈이 당근 이파리를 보면 마음이 기뻐진다.

볼 때마다 조금씩 자라 있다.

고맙다, 는 기분.

마음이 순수한 기쁨으로 충만해진다.



사회는 어지러워서 뉴스를 보면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더미가 문 앞에 있는,

아주 불쾌한 느낌이다.

몸도 불편하고 기분도 더러운데

요즘은 이 작은 기쁨들이 나의 기분을 보살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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