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Apr 21. 2024

고기를 먹겠다고

음식에 관한 단상들

갈빗살을 좋아한다.

갈비 부위, 뼈 사이에 있는 살코기.

호주산 와규 갈빗살을 종종 사 먹는다.

별다른 조리 없이 살짝 구워서 간장 조금 뿌린 참기름에 콕 찍어먹어도 맛있고.

알갱이로 된 소금만 몇 알 찍어먹어도 맛있다.

그런데 비싸다.

정육 코너에 없을 때가 많다.


식비 지출이 너무 많아져서 망설이다가 코스트코에서 묶음으로 파는 수입 소 갈빗살을 사 왔다.

미리 유튜브로 손질하는 방법을 찾아봤는데 할 만하겠다, 싶었거든.

혼자 먹을 거니 제일 작은 묶음을 집었다.



갈빗살이 지방 많은 부위인 건 알고 있었다.

갈비탕을 끓이거나 갈비찜 할 때 기름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해본 사람은 아는 거라.

내가 어릴 때, 즉 1960년 대는 지금처럼 정교하게 손질해서 파는 고기가 많지 않아,

정육점에 통갈비를 골라서 톱으로 일일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와서는.

갈비찜을 하려면 '갈비를 새긴다'라고 표현하는 지난한 손질 과정을  거쳐야 했다.

손질하면서 스텐 대야 하나에는 요리할 갈비를 담고,

다른 대야에는 버릴 지방과 근막을 담았는데 두 개 분량이 엇비슷했었다.



내가 산 수입 갈빗살은 1.2kg짜리였다.

살코기만 떼어내면 얼마나 될까, 싶었는데.

바위에서 금을 채취하듯 고깃덩어리와 씨름하면서 하얀 지방과 근막을 붉은 살에서 떼어냈다.

비릿한 냄새가 집안에 감돌고

칼과 도마는 기름범벅이 됐지.

어깨가 좋지 않아 손놀림이 부자유하니 근막에 붙은 붉은 살코기가 적지 않게 버려졌다.

아까워라.

근막과 지방이 한 무더기라 부피의 거의 반은 버린 것 같고.

삐뚤빼뚤하게 잘린 고기는  못생긴 모양새다.


손질해놓고 보니 정육 코너에서 조금씩 사는 것보다 싸기는 하다.

맛은, 음.

육질이 부드럽기는 한데 고소한 맛은 덜하다.

다음에도 살 지는 모르겠다.

판매 단위가 너무 커서 망설였던 불고기감이나 사볼까?



독일에 는 조카는 중학교 졸업하고 유학 가서 25년 동안 계속 체류 중이다.

매년 한두 번, 한 달씩 서울에 다녀가고 한국 소식이나 시스템에 빠삭해서 평소에는 못 느끼는데.

독일 사회나 한국을 보는 눈이 다르다고 느낄 때가 가끔 있다.

유럽 마트에서 고기가 싸다고 하지만,

스테이크 말고는 고기를 한국처럼 일일이 먹기 좋게 정교하게 손질한 게 아니다,

한국처럼 잘 손질한 고기는 절대 싸지 않아!,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고기를 손질하면 분량이 확 준다.

더해서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부위 별로 조금씩 담은 고기 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아,

내 소비의 마지노선인 먹는 것도 아껴야 하는 시절이 온 건가!

매거진의 이전글 손쉽게 차려먹은 아침밥, 54편, 채소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