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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그리 Apr 10. 2024

인정의 한 마디

'나를 이대로' 그림책 15_작은 집 이야기(버지니아 리 버튼)

옛날 아주 먼 옛날

저 먼 시골 마을에 작은 집 한 채가 있었다.

출처: 작은 집 이야기(지은이: 버지니아 리 버튼, 출판사: 시공주니어)


작은 집은 무척 행복했다.

아침에는 떠오르는 해를 보았고,

저녁에는 지는 해를 보았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졌다.


계절이 바뀌고 마을도 천천히 변해 갔지만

작은 집은 늘 똑같았다.


작은 집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저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을 갈망했다.


시간은 흘러,

작은 집 주변으로

도시로 드나드는 트럭이 드나들면서

새 도로들이 생겼고

마을은 조각조각 나뉘었다.


도시를 갈망했는데,

작은 집 주변이 도시가 되어버린 것이다.


행복할 줄 알았다. 항상 신날 줄 알았다.

작은 집은 그렇게 되었을까?

아니, 하나도 그렇지 않았다.

출처: 작은 집 이야기(지은이: 버지니아 리 버튼, 출판사: 시공주니어)


작은 집 주변으로 아파트와 연립 주택들이 빽빽이 들어섰다.


밤이 되어도 하나도 평화롭지 않았다.

작은 집은 외로웠다.

달과 별이 찬란하던 언덕이 그리워졌다.


집은 낡아져 갔다.

초라해져 갔다.


어떤 이의 기억 속에서도 없는 존재가 되어만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점점 작은 집은 사라져 갔다.


그러던 어느 화창한 봄날,

바쁘게 모두 작은 집을 지나쳐 가고 있을 때

작은 집을 지은 사람의 손녀의 손녀가 그 앞을 지나갔다.


그러고는 무언가에 이끌린 듯

멈춰 서서

작은 집을 살펴봤다.


작은 집을 지었던 사람의 손녀의 손녀는

작은 집을 예전에 살던 곳과 비슷한 평화로운 언덕에 작은 집을 옮겨 주었다.

말끔하게 고치고,  다시 아껴주었다.

출처: 작은 집 이야기(지은이: 버지니아 리 버튼, 출판사: 시공주니어)



35살의 나이,

회사에 들어가려고 이력서를 썼다.


모든 경험이 짧았다.

가장 긴 경력의 공시생 7년은

이력서 한 줄에도 남지 않았다.


면접관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끈기가 없구먼.'

'문제 있는 거 아니야?'


그런데 어떤 면접관 한 분이 내게 말했다.

"이런 경험이 다 쓰이겠지 뭐."

순간, 이때까지 아무 기록도 남지 않았던

나의 지난 시간이 인정받는 것 같았다.

그 면접관은 현재 나의 사수이자 스승이다.


나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가끔 나에게 가치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에

의기소침해지고 슬퍼진다.


그러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알아준다면 보상받는 기분일 것이다.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이,

나를 그대로 봐줄 수 있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인정의 한 마디가 사람을 일으키키도 한다.

말 한마디가 그렇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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