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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승주 Feb 23. 2024

교각살우(矯角殺牛)

그리고 소소한 나의 자기반성


괴로워하는 너에게

내가 이렇게 하라고 했더니

너는 고맙다고 했다.

너의 기분이 괜찮아 보였다.

나는 뿌듯했다.


다음에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너는 또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다음에도

그리고 또 그다음에도

똑같았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위안을 얻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나

점점 내 말에는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었고,

자격 없는 나의 조언은 힘을 잃어간다.


하지만 너는 나를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무능함을 느끼고

내가 모든 걸 점점 망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내가 생각하는 힘을 잃게 만든 건 아닐까

나의 쓸데없는 혀놀림이

위로를 가장한 독이 되지 않았을까


점점 더 나조차 확신이 안 드는 내 말은

누군가에겐 정답이 되고 있었고

여전히 내게 고마움을 느끼며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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