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홍보쟁이 엄마표 미디어 놀이 #6
부모의 입장에서 TV나 유튜브 시청을 반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광고를 손꼽는다. 어느 날 뽀로로가 끝나고 나오는 광고를 열심히 보더니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른다. 다른 캐릭터들은 집에 있는데 광고로 나오는 신상 캐릭터만 없단다. 그렇게 갖고 컬렉션하는 아이였다. TV나 유튜브에서 나오는 광고는 굳이 다 보지 않고 리모컨으로 재핑(zapping)하거나 건너뛰기 버튼을 클릭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새로운 게임이나 장난감, 먹거리를 소개하는 광고를 재미있어 했다. 마트나 슈퍼에 가면 광고에 나오는 물건이라고 아는 척도 했다.
광고는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우리 삶 곳곳에 살고 있다. 백화점 DM, 마트 전단지, 엘리베이터 내 광고, 버스/지하철 광고, 영상 광고… 마치 핀셋으로 나만 골라낸 듯 타깃팅 되어 사는 삶, 광고 없이 살 수 있을까?
대학교 입학 후 광고홍보학 개론 수업에서 처음 배우는 용어가 광고와 홍보다. '광고는? 홍보는? 그럼 그 둘의 차이는?' 이 기본 개념을 달달 외워 시험을 쳤고, 이 개념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회사 면접 때마다 말했고, 지금은 내 아이에게 설명한다.
원론학적으로 광고는 Advertising, 홍보는 Public Relations라는 영어 의미에 가깝다. 애드버타이징은 타깃 미디어에 광고 비용을 내고 내가 만든 메시지를 노출하는 것이다. PR은 좀 더 넓은 의미로 공중에게 내가 원하는 메시지를 미디어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것이다. 광고는 광고부 담당자, 홍보는 기자가 주 컨택 라인이 된다.
밥벌이로 봤을 때 광고, 홍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 섞여 그레이 영역이 된 지 오래되었다. 다만, 학교에서 전공할 땐 전문 Agency의 역할이 중요해 보였다면 직장에선 전문 Agency를 컨트롤하는 광고주의 역할이 더 중심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성공한 광고는 대행사가 만든다는 생각은 졸업 후 직장생활 1년 만에 사라졌다. 좋은, 성공한 광고는 훌륭한 광고주가 만든다.
엄마로서 광고, 홍보는 미디어의 메커니즘을 올바르게 알려주고, 미디어 리터러시를 놀이로 활용하는데 필요한 요소이다. 1.4kg이라는 무거운 무게를 지닌 뇌가 좀 더 나은 의사결정 과정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왜냐 나는 광고의 노예가 되었으므로.)
얼마 전 만화영화를 보던 아이가 갑자기 뛰어와서 재미있는 광고를 봤다고 호들갑을 떤다. 당장 핸드폰으로 '꾸미펫'을 검색해보란다. 꾸미펫 또박또박 말하며... 인형을 직접 만드는 건데 털도 직접 붙일 수 있단다. 검색해보니 2개 캐릭터 키트가 2만 원대, 3개 캐릭터 키트가 3만 원대이다. DIY 컨셉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가격인 비싼 편이다. 일주일의 시간을 두고 고민해보기로 했다. 왜 필요한지, 누가 살 것인지 등을 얘기했다. 인형들이 많지만 직접 만드는 인형은 한 번도 없었다며 할머니가 주신 용돈으로 사겠단다. 그래서 주문을 했고 도착했다. 8살이 하기엔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 단숨에 3마리를 완성해서 유치원 박스 안에서 놀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난 후 물어봤다.
"꾸미펫은 누구를 대상으로 한 광고 같아?" "여자아이들이지."
"꾸미펫 광고 보고 실제로 만들어보니 어때? 음... TV에서 보여준 거랑 비슷한 거 같아? 아님 뭔가 다른 게 있어?" "TV에서 본 거랑 비슷해. 실제로 만들어보니 재미있어."
"꾸미펫을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어? 그럼 누구한테 해주고 싶어?" "응. A도 집에 있대. 8살은 너무 쉽고 4살은 혼자 만들기 힘들 거 같고... 6살 정도가 낫겠어."
"꾸미펫 가격이면 OO을 몇 개 살 수 있어. 이번에 은율이 용돈으로 샀는데 어떤 거 같아?" "다른 캐릭터들도 갖고 싶은데 엄마는 안 사줄 거지? 그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타할아버지한테 기도할래!."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야 하나 싶었는데... 시간이 지난 뒤 아이는 꾸미펫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8살에겐 시시하단다. 광고로 인한 충동구매의 씁쓸함을 느낀 것 같다.
사실 어린이는 광고를 좋아한다. 이건 대학 광고원론 시간에도 나온다. 아이가 광고를 좋아하는 이유로 화려한 영상, 짧은 광고타임, 그리고 외우기 쉬운 징글(광고 및 기타 상업적 용도로 사용되는 짧은 노래 또는 곡) 등을 든다. 게다가 아이는 아이가 모델인 광고을 더더욱 좋아한다. 3B(Beauty, Beast, Baby) 효과라 했다.
사실 광고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타깃이 어린이이기 때문이다. 광고 화면 우측 상단에 크게 '광고방송'이라고 써놓긴 했지만, 한글을 알리가 없는 어린이들은 그냥 흘러나오는 화면과 소리에 빠져들게 된다. 케이블 TV 도라에몽 만화 사이에 왜 암보험 광고가 지겹도록 나오는지, 유튜브 어린이 채널 앞에 성인 게임 광고가 붙는지 짜증 날 때가 많다. 행여나 기사라도 검색해 본다면... 기사 사이에 지저분하게 노출되는 각종 성인용 배너 광고들로 벌써 민망해지기도 한다. 어린이를 완전히 보호하지 못하고, 어린이가 보호받지 못하는 광고 산업 구조 때문에 나 역시 광고를 아이가 빨리 재핑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광고의 목적, 그 광고가 노리는 점을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수많은 광고 홍수를 만드는 데 미디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 롯데리아 군대리아 버거 광고가 게재되었다. 마침 아이가 다니는 학원 옆 롯데리아에도 큰 포스터가 붙어 있어 얘기를 나눠봤다.
1) 왜 신문에 햄버거 광고가 있을까? (햄버거 사 먹으라고?)
2) 이 광고나 기사는 누가 볼까? (신문 보는 사람)
3) 이 사람들이 광고나 기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사 먹어볼까...)
4) 그럼 신문에서는 이 광고가 도움이 될까? (어리둥절한 표정... 광고는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광고비를 내고 광고를 하고 그 돈으로 신문을 만든다. 광고비가 비싸면 미디어엔 좋다. 광고비를 높게 받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보는 신문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좋은 기사?(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준다. 광고는 미디어의 생존에 필수적인 존재다.)
5) 광고는 또 어디에 있을까? (??... 인터넷 조선일보, 네이버에서 보는 조선일보 기사, 유튜브로 보는 조선일보 콘텐츠 등에도 군대리아 버거 광고가 있을까?)
어떻게 해야 광고에 대해 알고 미디어의 속성을 파악해 필요한 정보만 발췌하는 스킬을 가질 수 있을까? 실수로 클릭도 해보고, 궁금해 들어가 보기도 하는 일명 낚시질을 당해봐야 다음에 더 위험한 낚시질을 피할 수 있다.
유명 놀이터 전문가의 말을 빌리자면, 위험한 놀이터일수록 안전하다고 했다. 위험한 놀이 환경에서 다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아이들이 결국 덜 다친다는 얘기였다. 최근 청소년 사이에 자해 인증샷이 증가하는 이유도 놀이의 환경이 너무 안전했기 때문에 '내 몸이 다쳐 아프다'는 느낌을 잘 몰라서 하는 행위라는 의견도 있다.
미디어들의 트래픽 유입 경쟁 속에 질 낮은 싸구려 광고들, 일명 기레기라 불리는 사람들, 허상 속에 사는 인플들이 탄생했다. 이 산업구조를 말해줘야 스마트폰 속 유해함이 왜 어린이들에게 손을 뻗치고, 어린이들이 클릭할 수밖에 없는지 깨달을 수 있다. 결국, 나도 어쩌면 나쁜 어른이었다는 걸 고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