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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Nov 01. 2020

아이와 함께 미디어 보기: 4) 라디오

광고홍보쟁이 엄마표 미디어 놀이 #10


출처: PxHere


꽁이가 라디오를 처음 접한 건 자동차 안에서였다. 결혼할 때 장만한 흰색 해치백 자동차를 흰둥이라 불렀다. 아이도 자연스레 엄마 아빠가 부르는 애칭으로 흰둥이라 부르며 친해졌다.


아이가 흰둥이 뒷자리에 앉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안엔 뽀로로, 타요 같은 동요 CD가 매일 재생되었다. 아이는 처음에 흰둥이가 타요 친구들처럼 말을 하고 노래도 들려주는 줄 알았다. 자동차 안엔 큰 모니터가 장착되어 있어 내비게이션이나 DMB 등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길안내와 속도 제한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흰둥이는 여성성을 지닌 캐릭터가 되었다.


출처: 아이코닉스 홈페이지


아이는 라디오도 당연히 그렇게 인식했다. 그래서 흰둥이의 목소리가 바뀐다며 신기해했다.


라디오(Radio) 방송국에서, 일정한 시간 안에 음악ㆍ드라마ㆍ뉴스ㆍ강연 따위의 음성을 전파로 방송하여 수신 장치를 갖추고 있는 청취자들에게 듣게 하는 (또는 그런 방송 내용)을 말한다.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가령, 방송국에서 주파수를 통해 말과 노래를 보내 주는데 흰둥이 뒤 미키마우스 인형이 꽂혀 있는 길쭉한 것이 안테나여서 여길 통해 라디오 방송을 수신하는 거라고. TV 안에 여러 가지 방송 채널이 있는 것처럼 라디오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단지 사람이 보이냐, 보이지 않느냐의 차이이다. 그때 아이는 흰둥이가 타요가 아니어서 꽤 실망했다.



사실 라디오의 구조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게 워키도키이다. 아이들은 무전기를 무척 좋아한다. 우리 집에도 미니언즈 워키도키가 있다. 아빠랑 각자 방에서 워키도키로 암호를 보낸다거나, 엄마가 쓰레기 분리수거 나가면 베란다에 서서 무전기로 말을 건다. 같은 주파수를 쓰는 기계가 일정한 거리 안에서 서로 소통하는 방식이 바로 라디오인 거다. 대화를 하고, 노래를 불러주고… 그게 우리 집 라디오인 셈.


그리고 작년에 아이는 모스 부호(Morse Code)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다. 미국 포틀랜드 OMSI에는 직접 모스 부호로 상대방에 메시지를 보내는 체험이 있었다. '전쟁이 발발했던 옛날에 멀리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했을까?' 모스 신호 역시 같은 주파수를 이용해 보내고 알아듣는 형태의 말이다. 꽁이가 라디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라디오는 집에서도 충분히 놀이로 즐길 수 있다. 꽁이는 매월 초에 인형 친구들의 생일파티를 열어준다. 우리 집 인형들에겐 이름, 생일이 있어 같은 달에 태어난(우리 집에 온) 친구들끼리 모아 축하해주고 케이크나 간식을 나눠 먹는다. 그때 꽁이는 인형 친구들의 축하 사연과 함께 어울리는 음악을 준비하는 역할을 해왔다. 8월생인 매직이가 6월생인 이모냥이의 생일을 축하하는 카드와 음악을 신청하면 꽁이가 대신 읽고 음악을 틀어주는 식이다. 아이 몰래 스마트폰으로 녹음해서 밤에 자기 전에 아이에게 들려주면 자신의 목소리가 DJ처럼 흘러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밤이 주는 정취, 침대에 누워 수면등 하나 켜놓고 자기 전에 라디오를 듣는 그 감성을 공유해본다.



가끔 나는 아이가 잠이 들면 몰래 FM 주파수를 맞춰 좋아하는 DJ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들었다.학창 시절엔 야간자습 시간에, 직장시절엔 야근할 때 애청하는 프로그램을 듣는 즐거움이 크긴 하다. 지금은 누군가를 정해놓고 듣지는 않고 아침, 점심, 오후, 저녁에 채널을 돌려가며 듣는다.


8살이 되니 엄마가 종종 라디오를 틀어 놔도 같이 듣는다. 아침 시간대에는 엄마와 자녀가 함께 사연을 보내서 DJ와 전화 통화하는 경우가 있어 관심 있어한다. 어린이집이나 학원을 오갈 때 들었던 K-팝이나 트로트 노래의 훅 부분이 나올 땐 아는 척도 한다. 광고송을 따라 부르기도 하고.


하지만 라디오의 맛을 느끼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 사연과 노래의 취향을 공유하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전국의 누군가와 같은 시간대를 함께 보낸다는 따뜻함을 느끼하는 마음 말이다. 좀 더 커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맡은 라디오 프로그램이라도 생겨야 가능할까 싶다.


출처: PxHere


이 라디오도 스마트폰 하나면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라떼엔 라디오에 나오는 신청곡을 기다렸다가 공테이프에 녹음했고, 내가 보낸 사연이 오늘은 나올까 기다렸다. 스마트폰 앱으로 연결해 라디오를 듣고, 사연을 보내고, 못 들은 날엔 팟캐스트엔 올라온 녹음파일을 듣는다. 보이는 라디오로 유튜브 라이브처럼 즐기기도 한다. 아날로그적 라디오의 취향을 유지하며 나에게 맞춰 듣는 디지털 편리함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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