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이

by 하자윤

열두 살, 큰아이에게 사춘기가 오고 있다.

코 옆에 왕 여드름 하나 피어나더니 거울 앞에 서 있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다. 나는 생전 한 번도 안 해본 레이저 치료도 받아보고 아주 상전이 따로 없다. 신체의 변화가 시작되자 아이는 당황스럽고, 나는 당혹스럽다.

주말이면 친구들과의 약속이 끊이질 않는다.

“이번 주는 우리랑 미술관 가자.”

“그날 친구랑 약속 있는데요?”

이런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자, 서운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의 입술은 이미 오리 부리다. 사춘기 순한 맛부터 시작인가 보다.



이러한 고충을 작은 아이에게 말했다.

“준우야, 너도 사춘기 되면 엄마한테 쌩쌩 찬바람 불거야?”

양손을 흔들며 절대 그럴 일 없다는 열 살 아들이 넉살 좋게 해결책을 내놓았다.

“엄마 그냥 옆집 아이라고 생각하세요.”

오리 입 때문에 삭히지 않던 분이 ‘옆집 아들’ 덕분에 풀렸다. 울다 웃었다. 진짜 오리처럼 엉덩이에 털이라도 날 기세다.

며칠 뒤, 나를 따라 골프 연습장에 온 아들이 혼자 심심해하자 사장님이 초코파이를 하나 쥐어 주셨다.

“이거 먹어.”

아들이 그걸 가방에 쑤셔 넣으며 히죽거린다.

“으히히, 옆집 누나 줘야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초코파이 광고처럼 말하지 않아도 아이의 마음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 내 곁의 오리 새끼들이 백조가 되어 훨훨 날아가겠지. 너무 가깝게도 멀리도 말고, 딱 옆집 거리만큼 물러나 지켜보고 지켜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