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랑꾼 Sep 05. 2022

헤어질 결심 각본

좋아요

헤어질 결심, 우선 말러의 교향곡을 알게 해 줘서 고마워.


또 안개를 알게 해 줘서 고맙고.


-

내가 주의 기울이고 싶은 건, 해준이라는 인물과 서래라는 인물을 통해 어떻게 이야기가 구축되었는지 궁금하다. 왜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때를 보면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무엇'이 상대에게 끌리는 이유가 될 텐데 둘은 어쩌다 끌리게 되었지? 또, 그 이유가 빈약하든 하지 않든 사랑이야기에 반박을 내걸 수 있는 게 독자이고 관객인가? 작가가 둘이 사랑한다는데?


사랑 이전에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사람의 정체성. 그를 세우고 있는 무엇.. 형사로서 결백하고 열정 가득했던 그의 순수한 용맹함이 사랑이라는 용맹 앞에서 붕괴되었다는데.. 그렇게 둘은 헤어지게 된다.


상대방과 헤어짐을 결심하는 이유는?

연애만 하고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와도 같을까?

아니면 흠집난 사랑은 정체성이 유약해질 때 버틸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사랑은 완전하지 않은 정체성 앞에서 결심만으로 통합될 수 없는 것일까?


아무튼 해준은 일상을 선택했다. 사랑 이전의 일상. 위기의 결혼이라고 해도, 위기의 수면상태라고 해도.


역할을 거스를 수 없었을까?

살인자와 형사의 사랑

아니면 살인은 그 무엇 앞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대의와 사랑에서 대의를 선택한 것일까?


장면 중에 해준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던 순간들이 있었고 순응하기도 했다. 단, 헤어질 결심만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고수했을 뿐.. 반면 서래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용해 많은 정의를 실현했다. 집안으로부터 내려온 자신의 산을 지키려고 했고 결혼한 남자들과 잘 지내보려고 했다. 아픈 사람을 간호하려고 했다. 서래의 편에 서게 해 줄 만한 원인과 근거들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래는 자살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종의 사죄로 받아들여졌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붕괴시켰다는 놀라움, 그에 더해 되돌릴 수 없는 살해와 폭력 속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기억과 사실들. 


그렇다고 해도 작가는 서래를 수면 위로 올려주었다. 결과적으론 죄를 숨길 수 있도록 모두 무죄판결을 내주었으니까. 첫 번째 남편도 자살, 두 번째 남편은 다른 남자로부터 피살..


숨긴다면 숨길 수 있었어. 우리만 알고 서래와 해준은 없었던 일로 서래의 3막을 열 수도 있었을 텐데.. 서래는 무구의 길을 선택했다. 사랑하는 사람 해준에게 깨끗이 정리되어주어야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했을까? 바다에 던져버리라는 말. 아니면 엄마와 할아버지의 뼛가루를 제자리에서 보내주고 할 일을 모두 했기에 엄마를 죽인 날부터 짐 져왔던 마음을 내려놓기로 결심한 것일까.


만약 두 사람이 재회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작가의 이전글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