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사랑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렇게 9월 들어 오랜만에 키보드를 두드리네요.
8월을 보내주는데 한참 걸렸어요. 미련 남는 일들도 있고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도 있었고, 휴가 이후로 추석까지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한풀 꺾여서 여름의 땀 묵은 진을 풀어내는 것처럼 쉬어가는 모습을 봤죠.
요가원에 수련을 건너뛰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마음이 그런데, 다들 계절과 같이 쉬어가는구나. 해 질 녘이 차갑고 길어지면 마음도 바람이 불면서 사색을 즐기고 싶잖아요.
잎이 피고 무성하게 열매가 열리면 쉬어가고 수확하며 비워내는 기간이 필요한 것처럼 저도 그랬나 봐요. 그런데도 우리는 늘 한결같은 기준을 가져오니까 쉽게 지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내가 원래는 이 정도는 했던 사람인데, 이렇게 체력이 순식간에 바닥이 나나? 하기도 하고 원래 열정 가득하면서 보냈는데 왜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지, 하면서요.
꾸준하라는 말이 지독하게 들릴만큼 눈꺼풀이 무겁고 몸에서 열이 났어요.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책상 앞에 앉아 책도 읽고 돈도 벌고 새벽에 일어나 수영도 다녔죠. 그리고 수련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했지만 규칙적일 수 없었어요. 그건 게으른 게 아니다. 낮에 해롱해롱 거리면서 2-3시간씩 잤어요. 더한 날엔 4시간도 자면서 열을 식혔어요.
몸이 안 좋아졌나 싶기도 하고 좋아지려고 이러는 걸 거야 하기도 하고 둘 다 인가보다 하기도 하고,
운동을 하면서 적절히 쉬지 못하면 당연히 탈이 날 수 있으니 정당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넉넉하게 마음을 먹었더니 한 달이 재빨리 지나갔네요.
꾸준함이라는 게 뭘까 다시 생각해봤어요.
꾸준함이라는 건, '무엇'을 꾸준히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꾸준히 들여다봐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규칙을 세워두고 계획에 맞춰 지내면서 자기 발전을 원해요. 그러다 보면 하기 싫은 날도 있고 누굴 만나서 감성적인 이해를 받고 싶은 날도 있고 전시를 보고 싶기도 하죠. 우연을 만들어낼 기회는 거기에 있으니까.
스스로에게 규칙을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을 하는 말을 들려주지 않겠어요. 오히려 거기에 빠져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없곤 하니까. 모든 일을 다 해내려다 보면 단번에 쉬어야 하는 체력 저하도 따라오기 마련이니까.
그래, 잘했다. 잘하고 있다.
너의 그 두려움, 너의 그 절망, 너의 그 게으름, 너의 그 피곤함,
너의 그 모든 염려, 애씀과 무지,
모두 수용할 것이다.
그리고 안아줄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더 아름답게 사랑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