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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데와소피 Dec 28. 2023

통일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나요?

[통일/북한 책소개] 아랫집 윗집 사이에 (3)

활동했던 내용을 정리하다가 2020년 말에 통일부 블로그에 기고할 뻔했던(?) 아니, 나는 기고했지만 무슨 일인지 실리지 않았던 글 네 편을 발견했다. 북한/통일과 관련한 책을 소개한 네 편의 연재글인데 이렇게 버려지기에는 아까워 브런치에 업로드한다. 


*이하 글은 힐데와소피 브런치의 글에 올라왔던 글을 편집하여 정리한 글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통일이 당연한 세대와 당연하지 않은 세대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통일이 당연하지 않은 세대는 통일이 되는 과정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통일 이후의 삶이 행복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통일이 당연한 세대는 밝은 미래로 이들을 설득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격차는 벌어질 뿐이다. 젊은 세대가 공감할만한 통일 이후를 솔직히 이야기하고, 여기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마침 통일 이후를 어둠의 시나리오로 그린 소설 두 편이 있다. 



통일은 어떤 과정을 통해 실현될까


이응준이 쓴 국가의 사생활》은 비관적인 통일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북한 권력층이 해체된 후 남한체제를 북한 지역에 그대로 이식하여 통일을 했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장강명이 쓴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도 북한에 급변사태가 벌어지면서 통일을 하게 된다. 수습이 어려운 상태에서 통일과도정부가 세워졌고 정식으로 통일정부가 수립되기 전까지 평화유지군이 북쪽을 통제하고 있다. 남북이 평화롭게 통일에 합의한 시나리오는 없다. 그저 북한의 정부가 붕괴했고 어쩔 수 없이 통일에 이르렀다.




만일 두 책의 통일 시나리오가 너무 부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평화로운 통일 시나리오를 상상해보자. 남북 관계가 좋아지다 보면 어느 날 남북 정상이 "우리 이제 통일합니다!"라고 의견을 모으게 될까? 그러면 북한 정부가 남한 정부에게 자유 민주주의로 통일 하자고 제안하게 될까? 아니면 서로 조금씩 포기해서 남북의 체제를 반반씩 섞어서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낼까? 남북이 통일을 합의하는 과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다 보면 어떤 가능성이 읽히기도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통일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 




통일 이후 남북 주민의 일상은 어떻게 될까


두 소설은 북한 주민의 일상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는 통일과도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잃은 북한의 역사 교사가 등장한다.


"통일과도정부가 들어서자 남조선 당국이 학교 시설을 고치고 아이들 밥을 먹이는 데 쓰라고 어마어마한 돈을 지원해줬지요. 하지만 거기에는 조건이 있었어요. 김씨 왕조를 우상화하는 교육은 절대 안 된다. 교과서 내용을 고치고 교원들도 다시 시험을 치게 하라는 것이었어요. 영어나 수학 교사들은 상관이 없었지만 도덕, 력사 과목 교사들은 큰 타격을 받았죠. 사실은 남조선에서 두 과목 교사들은 전부 다 내쫓으라고 요구했대요." 장강명, 《우리의 소원은 전쟁》, 전자책


우리는 통일 이후에 우리의 삶이 많이 변하거나 직업을 잃는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막연하지만 남한 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여 통일을 하면 지금의 체제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지금과 비슷한 일상을 유지하는 통일을 상상한다. 하지만 우리가 통일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은 북한 사람들은 반대로 일상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할 뿐더러 그동안 받아 온 교육이 소용이 없거나 직업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두 소설은 번듯한 일자리를 갖지 못한 북쪽 주민들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소재로 한다. 약간은 유치할 수 있는 설정은 사실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동안 자신의 계급, 위치,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체제에 충성하고 북한 사회에서 인정을 받아온 사람들은 통일 이후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의 희생은 마땅한 것일까? 특히 북한은 개인이 가진 권력과 계급이 직업과도 직결된 곳이다. 행정 및 당의 지도층, 법관, 교수 혹은 교사, 지방의 기업 관리인들 중 다수가 당원이거나 권력의 핵심에 있다. 통일 이후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이들을 수용할 수 있으며, 수용해야 할까? 



그렇다면 남한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두 소설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있었지만, 이를 잘 극복해낸 남북 주민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맺지 않는다. 소설을 마칠 때까지 두 집단의 차이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 사랑과 우정은 싹틀 수 있지만, 서로의 배경을 바라보는 태도는 바뀌지 않는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을 매번 빚이나 지고 사람 패고 다니는 사고뭉치 형제로 생각하고,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을 기회를 주는 척하지만 사실은 자리들에게 유리하도록 판을 짜놓고 사람들을 조종하는 냉혈한 형제로 생각한다. 통일 이후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국가의 사생활》의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넌 통일 이후의 대한민국이 우리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해? 천만에. 그건 이남 사람들의 착각일 뿐이야. 여긴 원래 이랬어. 그게 통일 때문에 극심해져서 확연히 드러난 것뿐이지. 
이응준, 《국가의 사생활》, 전자책


아마도 작가들은 지금의 남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자원을 기반으로 통일 이후를 상상했을 것이다. 통일 이후는 우리가 그 다름을 견디고 잘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이 충분히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지금은 괜찮은가 나쁜가. 지금보다 나을 것인가 나쁠 것인가. 책에서 보여주는 통일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상황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벌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문제처럼 보인다. 통일은 남북 주민 한 명, 한 명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기에 통일을 진지하게 생각할수록 자세히 상상해야만 한다. 통일을 이렇게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그저 어떤 '유토피아'로만 다룬다면 오히려 통일은 사람들에게 잘 가닿지 않는 주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글. 오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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