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쿨렐레 작은음악회에서 삶의 박동을 느끼다
논산 한 마을에서 작은음악회가 열렸다. 5월 26일 저녁 7시 반, 논산 제일아파트 앞에 있는 U&P음악학원 앞에 불이 훤하게 켜졌다. 안으로 들어가니 넓지 않은 공간이 시끌벅적했다. 거창한 연주회가 아니라, 회원과 수강생들이 함께 하는 내부 발표회였다. 다만, 가족들이 응원하러 오다 보니 판이 좀 커졌다.
이날 밤 연주회는 모두 7팀이 참여하였다. 첫 번째 테이프는 ‘할아버지 시계’와 ‘시대를 초월한 마음’을 피아노로 연주한 황봉애 씨가 끊었다. 실수도 나왔지만 그 자체로 정겨웠다. 두 번째는 양무궁화 원장이 나서서 ‘윌량대표아적심’을 하프로 연주하였다. 피아노와 하프 후 등장한 악기는 모두 우쿨렐레였다. 백조팀(장은희, 여은영)의 섬집아기는 청중도 함께 따라 불렀고, 성악전공의 한영예 Autumn leaves는 예술적 분위기를 한껏 고양시켰다.
이병준, 강한나 부부팀이 지핀 가스펠송 ‘은혜’ 분위기는 후속 윤나경의 I’m yours로 부부애 금슬에 확인 도장을 찍어주는 듯싶었다. 마지막은 마음만 소녀인 네 명의 우쿨소녀 팀이 나왔다. 연승태, 김미현, 김체리, 윤나경의 위장소녀들이 나와서 ‘제주도의 푸른밤’, ‘여행을 떠나요’로 그간의 코로나블루를 한껏 떨쳐냈다. 동네 작은 음악회는 조촐한 다과파티로 이어졌고, 엄마아빠를 응원하던 아이들 입이 합창단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논산우쿨렐레의 역사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회 우쿨렐레 가족음악회 열린 때가 2013년 12월이었으니 말이다. 다음해 제2회 논산사랑 우쿨렐레 음악회는 논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그 후 2015년 예산 농업기술원 등 대내외적으로 활동을 하였고 2019년에는 <가을; 밤> 우쿨렐레 콘서트를 논산문화원에서 열었다. 그러다 코로나 기간 중에는 휴면기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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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열린 연주회였고, 그 동안 배우고 익힌 실력을 한번 부담없이 펼쳐보자 해서 열어본 건데 동네잔치가 됐네요~” 이렇게 웃으면서 다소 쑥스러워하는 양무궁화 원장과의 음악 이야기는, 우쿨렐레에 초점이 모아졌다.
우쿨렐레 그냥 봐서는 ‘작은기타’ 같은데, 악기설명부터 부탁할게요.
= 우쿨렐레(ukulele)는 합성어입니다. 우쿠(uku)는 하와이어로 ‘조그마한 벼룩’이고요 렐레(lele)는 ‘튀어오르다’예요. 합치면 ‘작은 벼룩이 튀어오르다’는 뜻인데, 우쿨렐레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의 손놀림이 마치 ‘벼룩이 톡톡 튀는 듯한 가볍고 경쾌란 느낌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6줄의 기타와 달리 4줄의 나일론 스트링으로 이루어져 손이 아프지 않아요. 그러니 유아부터 실버에 이르기까지 다 가능한 악기죠. 음량은 기타보다 작고, 음색은 날카롭지 않고 부드워요. 사이즈가 작다 보니 휴대하기가 좋아 휴양지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여행객들 종종 눈에 띌 겁니다^
우리 때는 하모니카 통키타 시대였는데, 악기도 유행을 꽤 타는 거 같아요. 우쿨렐레는 어떤가요?
= 이제 우쿨렐레를 배울 사람은 거의 다 배웠다고 할 수 있어요. 정점은 한참 전에 찍은 거 같아요, 기타와 마찬가지로 집안에 하나쯤 굴러다니는 대중 악기가 되었으니 말예요. 악기에도 유행이 있는데요, 오카리나 다음으로 우쿨렐레가 그 바통을 이어받은 거죠. 그동안 전국에서 우쿨렐레 자격증 발급으로 강사가 많이 배출되었고 초·중등학교와 문화센터, 동사무소 등에서 교육이 이뤄졌습니다. 논산이 지방이라 그나마 약간의 수요가 남아 있는 정도랄까요.
저는 방과후강사 배출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 강사분들이 부여, 강경, 연무 등 인근 지역에서 활동하시고요. 대개 초·중등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시는데, 이제는 그 학생 수요마저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우쿨렐레 교육은, 이제는 매니아 층 등 평생학습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할 거 같아요.
원장님 전공이 피아노인데, 우쿨렐레를 언제 접했고, 우쿨렐레 교육은 어떻게 해서 하게 되었는지요?
= 저는 목원대 피아노과를 나왔고, 충남대 교육대학원에서는 음악교육전공을 했습니다. 우쿨렐레를 처음 접한 건 2010년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였습니다. 논산에서의 우쿨렐레 첫 수업은 2010년 12월 6일 홈플러스 문화센터였어요. 그러니까 저는 논산에서 우쿨 강의를 개설한 첫번째 강사죠. 교육의 계기라면... 일단은 배우면서 우쿨렐레에 미쳐 있었어요. 마치 신세계에 입문한 듯하더라구요. 피아노 레슨하면서도, 울 애들 보면서도 우쿨렐레를 매고 있을 정도로 흠뻑 빠져 있었어요.
사실 피아노 반주라는 것이 말 그대로 반주잖아요? 교회 성가대 반주, 찬송가 반주는 내가 직접 목소리를 내어 노래를 부르지는 못하잖아요. 근데 우쿨은 노래 부르면서 연주하기에 너무 좋더라구요. 여러 사람과 같이 신나게 부르니 스트레스까지 확 풀리고요...
우쿨교육의 시작은, 사실 등 떠밀려서 시작했어요. 대전에서 교육받고 있는데 논산에서 강사가 필요하다고 연락이 와서요. 강사 수락을 했고요..... 나중에는 한국우쿨렐레교사협의회의 지부를 맡게 되었답니다. 계룡, 논산 부여지부를 통해 강사배출을 하게 된 거죠.
사람들이 우쿨렐레를 배우고 연주하는 동안 어떤 점에서 좋아하는지, 그 반응을 전해주겠어요?
= 제일 먼저, 소통과 만남의 장이라서 좋대요. 수업시간에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같이 새로운 연주방법을 배워 노래에 적용시키다 보면 힐링이 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세요. 그래서 한 팀이 되면 수업은 거의 1년 이상 이어집니다. 또 우쿨이라는 인연으로 어떤 팀은 여행으로, 치맥 모임으로, 계모임으로 이어지더군요ㅎ~ 배우는 회원도 그렇지만 실은 제가 더 힐링이 되는 거 같아요. 몸이 아프고 힘든 상태에서도 한바탕 수업을 하고 나면 말끔히 낫는 일이, 그런 기적이 빈번해서요ㅎㅎ
우쿨렐레의 대중성 측면에서, 우쿨렐레의 대명사 내지 전설은 누굴까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우쿨 연주자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게, 대부분 기타 연주자들이 우쿨을 겸하거든요. 세계적인 연주자는 고인이 된 343kg의 하와이 연주자, 이즈리얼 카마카비올레입니다. 우쿨렐레 잘 모르는 사람도 이분이 연주한 Over the rainbow 들으면 “아, 이 노래?” 반응할 겁니다. 이즈리얼 카마카비올레는 우쿨렐레 그 자체요 전설이에요.
버킷리스트들 보면 1인 1악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우쿨렐레로 할 경우 어떤 걸 준비해야 할까요?
= 준비물은 즐거운 마음가짐뿐이에요. 음표도 박자도 음악에 대해 하나도 몰라도 노래 부르고 연주하는 데 별 어려움 없습니다. 저는 그룹수업에서 수업의 하향평준화를 지향하고 있어요. 사실 그룹으로 이루어진 시간에서 수업 못 따라오시는 분들 가끔 있죠. 저는 그런 분들 한 분 정도 남아 있을 때 진도를 나갈 정도로, 쉽게 수업을 진행한답니다. 60대분들이 우쿨 수업을 하실 수 있는 이유겠죠?^
악기 구입은 신중해야 해요.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소리를 구별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악기부터 사 놓고 후회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저는 수업시간에 한하여 악기를 무료로 대여하고 있는데, 한 달 남짓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구별할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리고 논산은 복받은 도시 같아요. 평생학습이용권도 나누어주는 면학분위기니 말예요!^
그간 수강생과 함께 하면서 발표회나 봉사활동 등 동고동락해왔을텐데, 우·픈 이야기도 많을 거 같아요.
= 논산에서 서울로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고 있던 회원이 생각나요. 논산은 남편 따라 내려온 경우였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아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올해까지만 시도하고 그만두려 마음먹은 상태로 저하고 우쿨 수업에서 만나게 되었어요. 결국 기적적으로 임신이 되어 출산하게 되면서 저한테 ‘정말 고맙다’ 하시더군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수업시간에 워낙 유쾌하셔서 몰랐는데 우울증이 있으셨대나 봐요.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타지에 와 힘들었는데 우쿨 수업을 통해 좋은 사람들 만나게 됐다고.... 우쿨 수업을 시발점으로 사진도 배우고 이것저것 시도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그래서 시험관도 성공하게 됐다고... 뒤늦게 들은 내용에 제가 더 많이 놀랐고, 감사룰 했답니다.
치킨집 운영하시는 40대 여사장님도 생각나요. 가게에서 치킨 만들 때나 설거지할 때도 우쿨 매고 있다가 짬짬 연습하신다는 말 들었을 때 짠하더군요~ 20명 회원과 행복한 요양병원을 찾은 적이 있어요. 어르신들과 트로트 부르고 춤추고 마지막 아리랑을 함께 부르면서는 다같이 울었어요. 그분들 모습에서 각자의 부모님, 혹은 미래의 내 모습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다녀와서 한동안 먹먹했던 기억입니다.
올해부터는 보건소에서 조현병 환우분들과 우쿨 수업을 하고 있어요. 사실 첫 수업 전날, 무서워서 기도까지 하는 상황이었답니다.ㅡㅡ. 만약 수강생들 상태를 미리 들었더라면 거절했을 법한 수업인데, 관계자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거 같고요..... 여하튼 첫 수업 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어요. 모두 약을 드시는 상황이지만 일반인들과 많이 다르지는 않더라구요. 선입관을 가진 제가 반성하는 계기가 됐고, 그래서 그들과의 수업을 더 소중히 여기고 애정과 정성을 다하기로 마음 먹었답니다!^
전 피아노 전공이지만 우쿨 수업을 여전히 좋아한답니다. 아마도 피아노 입시라는 것과 30년 동안 교회반주가 있었기에, 그러다 보니 우쿨렐레를 더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일반적인 피아노학원 원장님들의 경우, 아이들 가르칠 정도로만 2~3개월 우쿨을 배우세요. 심지어는 한 달에 네 번 수업만 한 다음에 아이들 가르치시는 분도 있어요, “우쿨렐레는 너무 쉬워서 가르칠 게 없다”고 하면서요.
그렇지만 전 성인분들 가르치면서 따로 우쿨렐레를 레슨을 서울 선생님한테 7~8년 배운 거 같아요. 내가 아는 만큼 가르치고 깊이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네 번 수업으로 끝내려는 분도 있지만, 저한테 5년 동안 우클 레슨을 받으시는 분들도 있답니다. 대개는 1년에서 2년 정도 배우시고 스스로 동아리를 조직해 운영하기도 하세요들. 그 중 대표 동아리 이름은 하울림이에요. ‘하나 되어 울리는 음악’이랍니다. 이처럼 외부에서, 또 학원 내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 모임을 이어 가시는 팀이 두어 팀 돼요. 한번 우쿨로 인연이 만들어지면 그 인연이 길게 가요~ 음악 봉사할 경우가 생기면 번개로 모여 연습하고 출동하고들 그래요~^
악기의 유행을 이야기했는데, 오늘 연주한 미니하프 전망은 어떤가요?
= 저는 우쿨렐레를 대체할 악기로 미니 하프를 선택했습니다. “하프 악기만 있어도 대학 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하프는 가진 자만의 악기였지만, 최근에는 2옥타브의 악기로 만들어진 미니하프가 나왔어요. 2옥타브만으로도 충분히 연주할 수 있어요. 또 큰 하프에 대한 입문 악기로도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악기랍니다. 지난해 광석중학교 학부모 대상으로 수업을 했고요, 또 드림스타트에서 지정된 초등학생들에게 2년째 수업을 하고 있어요. 하프는 음색도 멋지지만 연주자의 자세도 멋지게 나오는 거 같아요!^
이 학원의 이름에 들어간 U&P는 Ukulele & Piano의 머릿글자다. ‘우쿨렐레가 얼마나 좋으면 맨 앞에 내세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지만 큰 소리, 우쿨렐레는 어쩜 이 시대의 편한 친구 ‘작은 영웅’처럼 앙증맞아 보인다, 연주자와 일체가 되었을 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