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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Aug 30. 2024

모래시계

Self-Portrait. 2024년 8월 30일 토요일, 맑음.

지난주와 이번 주, 24부작 드라마 <모래시계>가 유튜브에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방송되고 있다. 전편을 다 보진 못했지만, 지난주에도 봤고 오늘도 역시 다시 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달에 휴가로 정동진에 다녀온 것이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정동진에서 봤던 모래시계 소나무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던 드라마. 방송된 것이 1995년이니까 이때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중학교 2학년이라... 의미심장한 한 해였군. 

암튼, 그 조그만 애였던 나도 이 드라마에 완전히 몰입돼 드라마가 하기만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특히 난 이 드라마를 통해 ‘광주’를 처음 알게 됐다.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불과 15년 전의 일이었다. 그 얘기를 이렇게 드러낸다는 것도 물론 대단했지만, 지금 다시 보니까 너무나도 극적으로 구성을 해놔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지금까지 광주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이 세상에 나왔지만, <모래시계>만큼 진중하면서도 감성적으로 다룬 작품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모래시계>의 백미를 7부와 8부라고 말하고 싶다. 

하긴, 매회가 백미가 아닌 회차가 없을 정도로 정주행하면서 드라마 작법에 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사실, 오늘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연수반 수업이 있는 날인데 아버지 생신 때문에 고향에 내려오느라 수업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어도 훨씬 더 효과적이고 알찬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쓸 것도 많고, 읽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지만, 오늘 이렇게 무료로 제공되는 전설적인 드라마를 다시 보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하겠지. 

사실 지난주에는 5회와 6회를 드라마 채널에서 보고, 도저히 7, 8회를 보지 않고 견딜 수가 없어 돈을 내고 봤다. 그러다가 내포로 내려오는 버스에서 유튜브를 통해 무료 스트리밍이 되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고 그때부터 밤까지 몰입해서 봤다.

오늘은 과연 중간에 끊고 잠들 수 있을까? 아, 내일 할 일이 많은데 고민이다. 행복한 고민.      


당분간 쉽게 잊히지 않을 감동을 다시 느껴볼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나도 많은 이들에게 이와 같은 감동을 전달할 수 있도록,

포기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가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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