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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땅에 CEO Nov 28. 2022

같은 MBTI의 누군가가 물었다

삶의 조언에 대해 공공디자인으로 답할 때

내 MBTI는 INTP와 ENTP를 왔다 갔다 하는 내향적이지도, 외향적이지도 않은 xNTP다.

그런데 나와 같은 MBTI를 가진 누군가가 질문했다.



너무.. 말하고 싶은데 말할 사람이 없어서 올려봅니다..

엔팁은 답답한 사람 싫어하잖습니까... 

제가 엔팁인데 무리에서 제가 다시 사기를 북돋고 조별 춤 연습을 하여야 해요.. 

전 할 만큼 했는데 결국은 제가 또 시작하자고 해야 하는 그런 입장...

정말 억지로든 사회적인 다정한 멘트가 안 나와요.. ㅠㅠ  

저랑은 다 성향이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너무 가면을 쓰는 것이 괴롭고 미치기 일보직전입니다..



고등학생이라는 나와 비슷한 성향의 한 학생.

나 역시 가면을 쓰는 것이 힘들었고

다정한 말과 사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힘들 때가 많다.

그인지 그녀인지 모르겠지만 몇 년 더 살았다고 내가 이 사람에 인생에 조언을 감히 할 수 있는지

확신도 서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고 있다.

오지랖이 적지 않은 나로서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주고 싶었고, 나는 어떻게 했는지

돌아보며 한 글자씩 적어내려 갔다.





질문하신 당신보다 끽해봐야 몇 년 더 살았다고 조언을 드리긴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엔팁을 열받게 하는 일은 너무너무 많고

저도 그 덕에 미친놈처럼 화내는 일도 많았습니다


저는 현재 공공디자인 전문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올해로 계약기간이 끝나네요

이제 공무원 생활도 끝나게 되었고 

제가 주도할 수 있는 삶을 찾기 위해 내년에는 창업을 하려 합니다만

제가 그간 답답함을 참고 제가 가장 싫어하는 공무원 생활에 적응하면서 느꼈던걸 공유해드리면

작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몇 자 적습니다.


평소에도 나는 절대 공무원은 안 한다며 말하고 다녔지만

살다 보니 어찌 길이 그렇게 열려서 공무원사회에 적응하고

그들의 방식에 제가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어요.


제가 답답하고 힘들었던 부분은 주로 이러한 것들이었습니다.


왜 이런 효율적인 방법을 안 쓰고 저렇게 일하지?

무슨 쓸데없는 절차가 이렇게 많지?  하는 것들이 많이 답답했고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게 싫어서 1년 만에 그만두려고 했지만

딸린 식구가 있어 못 그만두고 결국 계약기간 끝까지 채우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창업을 준비 중인 저에게 공무원과 일하는 방식, 회계, 세무, 동종업계의 생태계,

B2G 사업을 준비하며 갖춰야 하는 역량, 자격, 인적 네트워크 등등

제가 하고 싶지 않은걸 참고 해내고 나니 남는 게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공무원을 하기 전의 저는 그냥 내 실력만 믿고 어영부영 세상을 헤쳐나가는 막무가내였는데 

하기 싫었지만 해야 하는 일을 하고 나니 제게 없었던 많은 것들이 생겼다는 걸 알고  

정말 정말 싫었던 공무원 생활이지만 생각보다 저에게 남는 게 훨씬 많았다는 생각에 일찍 그만두지 않길 잘했다 생각이 듭니다.


억지로 하기 싫은걸 참고하라는 꼰대 같은 조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싫든좋든 해야 할 일들은 결국 살아가며 피할 순 없기에 내 말이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알고

내가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더라도 실망하거나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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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로 공공디자인 영역에서는 주민참여디자인이라는 게 있어요.

디자인 전문가와 해당 지역주민들이 같이 지역을 디자인하면서 사업방향을 결정하는 건데

디자인에는 어느 정도 정답의 영역이라는 게 존재하는 거 같습니다.


주민들끼리 디자인하게 놔두면 그 정답과 터무니없이 멀어지는 결과가 나오곤 하는데

그 방향성을 디자인 전문가가 옆에서 가르쳐주고 설득해가면서 100점은 아니지만 

한... 60점 정도 정답의 영역으로 끌고 가는 일이 있습니다.


물론 디자인 전문가가 나서서 혼자 하면 90점 이상 정답에 가까운 디자인을 뽑을 수 있어요.

하지만 혼자 90점을 받는 것보다 지역주민과 같이 60점을 받는 것이  만족도는 훨씬 높게 나와요

모두가 협의하고 결정한 내용이고 모두가 그 디자인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나 혼자 하는 시험은 100점을 받도록 노력하는 게 좋겠지만

세상 살면서 하는 일은 뭐.. 한 50점 받아도 서로서로 잘했다 격려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게 훨씬 좋을 수도 있을 거 같네요




아직 사회를 많이 겪지 않은, 하지만 내가 했던 고민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나와 비슷한 어린 친구에게

이제 겨우 서른 조금 넘은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이 이것밖에 없지만 

내 삶을 되돌아보고 내가 느낀 공공디자인을 다시 한번 훑으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면서

마치 몇 년 전 내가 세상을 향해했던 질문에 오늘의 내가 대답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와 비슷한 그 친구에게 꽤나 좋은 대답이 되었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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