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찰나가 전부였다
그녀에겐
치명적인 미소가 장착되어 있었다.
어떻게 웃는지 모르게,
그 순간 모든 게 멈춰버리는 듯한
그런 위험한 웃음.
그녀가 웃을 땐, 그냥 웃는 게 아니었다.
눈동자 사이에 햇살이 머무는 것 같고,
입꼬리는 그날의 하이라이트처럼 천천히 올라갔다.
나만 모르게 심장이 박수를 치고 있었던 걸,
그녀는 절대 몰랐겠지.
나는 그런 미소를 보고
수없이 무장해제되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화장을 하지 않은 그녀를 더 자주 봤다.
편안한 얼굴, 흐트러진 머리,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사람 같고 더 아름다웠다.
그런데 어느 날,
무슨 약속이 갑자기 취소됐는지
혹은 일찍 끝났는지,
그녀가 풀메이크업을 하고
내 앞에 나타났다.
그날의 그녀는
빛을 닮아 있었다.
굳이 집에 가지 않고
그 상태로 나에게 시간을 내주었다.
그 순간이 나에겐
내가 그녀와 가장 가까웠던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런 일이
일 년에 두세 번쯤 있었다.
그녀는 모를 것이다.
그런 찰나의 우연이
나에게는 한 계절을 버틸 에너지가 되었다는 걸.
나는 찐따처럼,
그런 순간을 마음속에 저장해 두고
며칠이고 꺼내보며 행복해했다.
심지어 감사했다.
잠깐이라도
그녀가 나를 스쳐간 것에.
그게 내 사랑법이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녀가 내게 머물렀던 ‘순간’을 사랑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