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게 사랑인 줄 알았다
지금은 안다.
주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걸.
하지만 그땐 정말 그렇게 믿었다.
사랑은 주는 거라고,
마음을 건네는 거라고.
그래야 관계가 시작되고,
그래야 나도 그 안에 존재할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나는
뭐든 줬다.
시간을 주고, 마음을 주고,
가끔은 자존심도 내어줬다.
왜냐하면,
주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그녀는 먼저 다가오지 않았고,
나를 찾지도 않았다.
언제나 내가 먼저 움직여야
비로소 대화가 생기고,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그게
관계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시작이 아니라 소모였다.
사랑이 오가는 게 아니라
나는 그저 소비되고 있었던 거다.
나는 무조건이었고,
그녀는 유조건이었다.
조건이 맞아야만,
기분이 좋을 때만,
필요할 때만,
그녀는 나를 찾아왔다.
그녀의 계산에는
내 진심도,
내 기다림도,
내 바람도 없었다.
나는 주는 사람이라고,
그게 내 방식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라 자기희생에 중독된 착각이었다.
내가 조금씩 말라가고 있다는 걸,
나의 영혼이 잠식되고 있다는 걸
그땐 몰랐다.
그저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나 자신이,
이제는… 너무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