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미소에 머물렀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
진심으로 놀랐다.
너무 예뻐서,
아니 충격적으로 예뻐서
그냥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 감정은 아직도 선명하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나는 지금도 그 첫인상을 지우지 못한다.
그만큼 강렬했고,
그만큼 빠져버렸으니까.
놀랍게도 그녀는 나와 같은 동네에 살았고,
사진 찍는 걸 좋아했고,
가끔 혼자 카메라를 들고 어디론가 떠났다.
몇 가지 겹치는 취향과 환경이
우리를 자연스럽게 엮어줬다.
나는 고백하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녀가 멀어질까 봐,
그 순간이 영원히 깨질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그녀의 옆에 그냥 친구처럼,
그저 익숙한 얼굴로 남기로 했다.
그녀는 나에게 정말 친절했다.
특히 술을 마실 땐,
가끔 내 볼을 만지며 말했다.
“귀엽다~ 진짜.”
나는 그게 사랑의 징후라고 믿었다.
그녀도 나를 좋아하는 거라고,
그래서 이 마음을 조금만 더 품으면
뭔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야 알았다.
그건 그저 술버릇이었고,
그녀의 습관적 플러팅일 뿐이라는 걸.
그녀 곁에는
나 같은 ‘호구’가 몇 있었다.
가볍게 미소를 던지고,
스킨십 하나면 마음이 설레는 남자들.
나는 단언컨대
그녀가 가장 편하게 대했던 사람은 나였고,
내가 그녀를 가장 사랑했다.
그리고... 내가 그녀랑 제일 친했다.
물론,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난 그걸로,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싶었던 거다.
그녀에게 그게 무슨 의미였을 진 몰라도
나에겐 너무나 컸다.
그 미소와 손길이
내 사랑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말할 거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그걸로 사랑을 시작했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하지만 나는
그걸로 충분했다.
정말 그 순간이,
나에겐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