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무서워서 더 오래 붙들었다
간혹, 욕심을 내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한 번쯤은
“내가 그녀의 유일한 남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품게 되는 순간들.
그런데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유일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는 걸.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관계를 끝내지 못했다.
결론을 내지 못한 건, 미련 때문이 아니라
‘끝’이라는 한 글자가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실 어차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는 그녀의 삶에서 조용히 퇴장했을 사람이었다.
되든 안 되든,
결국은 사라질 자리였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싶었다.
그녀가 내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상상은
그 자체로 절망이었다.
나는 영원을 바랐다.
그녀와 함께할 영원이 아니라,
그녀 곁에 어떻게든 머무는 영원.
그게 어떤 형태든
내가 그녀 안에 남는 방법만 있다면,
그게 옳은 줄 알았다.
지금이야 안다.
빨리 끝내는 게,
더 깊은 감정의 수렁에 빠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덜 다치고 나오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이란 걸.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그걸 선택할 만큼 똑똑하지 않았고,
그만큼 차갑지도 못했다.
그래서 더 오래 머물렀고,
더 많이 상처 입었다.
그리고…
그게 내 가장 찬란했던 실패의 기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