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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붕어 Jun 16. 2024

24年 4月 27日

오늘은 남은 파스타 소스에 감자, 브로콜리, 버섯, 베이컨, 펜네를 넣어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잘 익었는지 보려고 냄비 앞에서 펜네 하나를 집어 깨물었는데 뜨거운 소스가 펜네 구멍에서 흘러 내 턱에 떨어졌다. 소스에 턱이 데었다.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식탁에 앉아 파스타를 먹었다. 먹다가 데인 곳이 아무래도 쓰라려 연고를 발랐다. 창밖에는 어제 빨아둔 빨래들이 한가득 널려있는데 하루종일 비가 온다. 수건을 만져보니 눅눅하다. 


어제는 우리집에 있는 식물들을 모두 베란다로 옮겨두고 흠뻑 물을 주었다. 분갈이를 하고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한번도 하지 않은 일이었다. 베란다에 연결된 호스로 물을 주는데 바닥에 머리카락과 먼지들이 둥둥 떠다닌다. 베란다를 청소하지 않은 지 일 년도 넘은 것 같다. 빨래와 화분으로 베란다는 꽉 차있고 먼지들은 화분을 지나 빨랫대를 지나 세탁바구니를 지나 하수구로 흘러간다. 지저분하게. 오늘은 날이 흐린데 물을 잔뜩 먹은 식물들이 괜찮을지 모르겠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 집에는 오빠가 들어가 살게 됐다. 그 집엔 할머니의 물건들과 오빠의 물건들이 함께 있다. 남아 있는 할머니의 물건은 대부분 화분과 종교적인 것들이다. 안방에 있던 가장 큰 성모마리아상이 지금은 현관으로 옮겨졌다. 몇 달 전에 그걸 우리집으로 가져왔다. 할머니집에 있었을 땐 그렇게 큰 줄 몰랐는데 나 혼자 사는 집에 두니 집에 비해 성모마리아상이 너무 크다. 나는 가끔 그 앞에 물을 떠놓는다.


지난 토요일에 정말 오랜만에 롯데백화점에 있는 무인양품에 갔다. 가서는 가로로 된 눈썹칼과 동그랗게 얼음을 얼려주는 실리콘 얼음틀을 샀다. 집에 오자마자 그걸 씻어 말려두고 일요일에 물을 부어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오늘 그걸 꺼내 잘 얼었는지 보는데 내 생각만큼 동그랗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걸 내가 어쩐단 말인가. 그냥 동그랗지 않은 얼음도 먹어야지. 나는 내 생각만큼 동그랗지 않은 얼음을 드립서버에 넣고 커피를 내려 시원한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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