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 시작과 지속 사이
결국은 끝이 보이지 않아도 지속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삶을 만든다.
‘무슨 일이든 끝을 봐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끝을 본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아주 오래 전에 오로지 꿈을 향해 정진하던 시절이 있었다. 몇 년동안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한 가지 일에 매달렸는데도 생활을 꾸려갈만한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없었고,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설렘보다는 내 능력에 대한 의구심만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 찬란하고도 비참했던 젊은 날의 막바지에 나는 더이상 이 일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보다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직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 당시에 나는 내가 꿈꾸던 일에 대해 ‘끝을 봤다'고 생각했다. 시작을 했고 최선을 다 해서 노력해 봤으나 기대하던 성과가 없었으므로 나의 꿈은 당연히 폐기처분 되어야 마땅헸다.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내가 과연 ‘끝’을 본 것이 맞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혼란스러워 한 결과, 나는 내가 꿈꾸던 일에 대해 ‘끝을 본 것’이 아니라 ‘멈춘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당시 내 열정과 최선에 대해서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최선은 있어도 최고는 없을 수 있으므로,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그저 지속했다면 어땠을까.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와 핑계를 뒤로 하고 그저 지속했다면 어땠을까. 지속하지 못했으므로 나는 끝을 본 것이 아니라 그저 그만둔 것이었다.
삶은 내가 끝을 봤다고 생각하고 멈춘 일들이 아니라, 바로 어제까지도 꾸역꾸역 지속하고 있는 일들로 채워진다. 지루하게 느껴지는 하루하루의 일상과 의미없게 느껴질 정도로 소소한 취미생활, 그리고 어떻게든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는 몇가지 일들이 지금의 내 삶을 채우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한 동안 ‘죽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한숨부터 나왔다. 어제까지 하던 일들을 오늘 하루동안 지속할 힘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아침부터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진짜 내 삶은, 내가 꿈꿨지만 멈추거나 그만둬 버린 어떤 일들 속에 비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듯 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현실 속에서 지속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 하찮고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자꾸만 죽고 싶었다. 그러나 진짜로 죽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멈춤’이니까. 끝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만둬 버리는 것이니까.
이만큼 돌아 돌아 깨달은 진실은, 삶은 시작과 끝이 아니라 시작과 지속 사이에 놓인다는 점이다. 삶 속에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다. 끝이 보이지 않아도 지속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삶을 만든다. 삶은 끝을 향해서가 아니라 지속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뭔가를 지속하고 있는 것 자체로 삶은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