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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pr 18. 2020

처음이라 특별하지만 잘 못할 수도 있어

처음이라는 감미료 때문에 기억에 남을 뿐

밴드에 공지가 떴다.

'초란이 나오가 시작했으니 주문하세요, 세 판 한 세트, 만원입니다'

바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초란은 닭이 처음 알을 낳기 시작해서 2~3주 동안 낳은 알을 말한다고 한다. 닭의 생애에 있어서 짧은 기간에만 낳는 한 번뿐인 한정적인 알이다 보니

초란이 나온다는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영양적으로도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는 처음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첫사랑, 첫날밤, 첫 아이, 첫 직장, 첫 월급 그런가 하면

첫 입학식 날, 첫 데이트, 첫 선물, 첫 수확, 첫 열매...




첫 아이를 키울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책으로 아이를 키울 것이다.

몇 개월에 뒤집기를 하고 몇 개월이면 유치가 나오고

이유식은 어떤 단계로 언제부터 먹여야 하고, 말은 언제부터 하는지

소변은 몇 개월부터 가려야 하는지...

책에서 알려주는 그 개월에 내 아이가 그걸 안 하면 조바심이 나고 그랬다.

첫 아이에게는 내 모든 주파수가 맞춰져 있었다.

둘째는 그냥 키웠다. 솔직히 키운 게 아니라 컸다.

첫 아이는 28개월에 한글 방문교육을 시작했다.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책을 읽었다.

둘째는 일곱 살에도 책을 더듬더듬 읽었다. 그래도 애가 타지 않았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결국은 하더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첫 아이는 설렘이었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처음이기 때문에 설레고 신기하고 무엇보다 실수도 있고, 아쉬움도 있고

그래서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이라는 감미료' 때문에 남이 보았을 때는 별 것 아닌 일들이

나에게는 특별한 맛으로 다가오게 된다.

5분 동안 진행하는 라디오 첫 생방송에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처음 시어른 생신상을 차릴 때 정신없음을 기억할 것이다.

아이 초등학교 입학식 날도 뒤에 선 부모가 더 긴장이 된다.

처음이라서, 익숙하지 않아서 그리고 복병처럼 숨어서 기다리는 실수 때문에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일 수도 있다.

잘해서 자랑할만한 건 처음이 아니라 다른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


처음이 있어서 두 번째가 있고, 세 번째가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보다 더 잘하게 될 확률이 높다.

처음은 단지 처음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내가 느끼는 강한 충격이 기억에 오래 남도록 한다.

그런데 그 기억이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

실패로 인한 충격, 자신감 결여, 두려움 뭐 그런 것들이 다음 걸음을 주저하게 한다.

하지만  "처음이라서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해보자.

보통의 사람들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별로 없다.

처음부터 잘한다면 아마 그걸 위해 많은 준비를 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준비단계에서 그도 실수를 하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말한다.

"엄마도 처음 할 때는 잘 못했어. 실수투성이였어. 그건 너희들도 그럴 수 있어.

그러니까 처음 하면서 못하면 어떡하지 라고 걱정하지 마. 처음 해보는 건 그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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