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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by 연아

몇 날 며칠을 더 헤매야 할까

바람이 전해주던 포근함도

오월의 풀잎을 비추던 싱그런 햇살도

매 순간 그곳에 있었지만 여기엔 없다

푸름을 내려놓을수록 소멸돼 버린다

여전히 나는 살아가고 있는데

시를 주는 것들은 왜 나를 외면하는 걸까

유심히 보던 하늘도

철길사이 피어나 있던 꽃들도

어느 것 하나 나를 반겨주지 않는다

내가 익어가는 동안 함께 했던

계절의 아름다움

매일을 실어 나르던 공기와 바람

나의 시선은 여전히 그곳을 향하지만

모든 것이 나를 떠났다


아니, 어쩌면

아주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던

나의 푸른 마음이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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