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 해질 때쯤
나는 또 써 내려간다
의식적으로 찾아야만 찾을 수 있는
나는 왜
매번 이렇게 돌아오는 걸까
내려놓은 줄 알았는데
또 잊은 줄 알았는데
결국
나의 삶을 이어가게 하는 건
빈 백지 위에 총총 내려앉는
두서없는 글자들
무엇이든 좋다고
그냥 써 내려가는
그런 날 있잖아
그럴 땐 꼭 써야 하는
오늘이야
바로 지금이라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빈 백지위를 휘젓고 싶은
그게 지금이야
다시 돌아보지도 않을 거야
그냥 아래로 아래로
내려갈 거야
그거면 되는 거지
그냥 그렇게 쓰면 되는 거지
솔직한 풍경을 매달고
어디든 흩뿌리고 싶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