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지 13일차 [2024. 5. 28. 화]
선택 장애까지는 아니지만,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고를 때면 시간이 꽤 걸리곤 한다. 친구들이랑 함께 여행지를 갈 때면 ‘꼭 가고 싶은 곳 하나’ 정도만 이야기하는 편이다. 가고 싶은 곳 한 군데만 들린다면, 친구들의 계획에 맞춰 움직이는 것도 좋다. 다만 하루에 여러 곳을 둘러보거나 활동하기보다 일정을 조금 여유롭게 짜는 걸 선호한다.
이런 탓에 아무것도 제시된 조건 없이 무엇을 고르라고 하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역에 상관없이 여행지를 고른다고 생각하면 좀처럼 결정하기가 어려워 포털사이트에 ‘5월에 가볼 만한 곳’이라고 검색해 본다. 커피를 고를 때 보통 라테를 마시지만, 커피숍만의 시그니처 메뉴가 있거나, “여기 커피 다 괜찮아. 다른 것도 마셔봐”라고 같이 간 지인이 말한다면, 메뉴판을 한참이나 뚫어져라 쳐다보게 되는 것이다. 그마저도 어느 정도 정해두고 고르는 편이라 바닐라라테, 돌체라테, 아인슈페너 셋 중 하나를 마신다. 익숙한 걸 선호하기에 새로운 걸 선택하는 건 늘 조심스럽다.
누군가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과 범위가 넓은 게 좋다고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늘 선택에 많이 공을 들인다.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한 후에야 ‘그래, 이걸로 해야지’하고 결정한다. 조금 더 새로운 것에 대해 유연하게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생각하지만 역시 잘 되지 않는다. 사람은 변하지 않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