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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Apr 26. 2024

내일이 없는, 오직 오늘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읽기(10)



1. 

리디아 그 하루살이들도 사랑해, 장미들,

태어난 그날에,

죽는 그들을,

그들에게는 빛이 영원하지

우리도 그렇게 인생을 하루로 만들자

- 탄생과 죽음의 겹침. 기이한 하루는 영원 같은 찰나로 감각된다. 권태와 존재의 허기를 느낄 새도 없는. 무엇보다 치열한 생의 약동은 완전연소를 꿈꾼다. 내일이 없는 오직 오늘. 하루살이가 우리의 미래일 순 없을까?


2.

우리 사랑하며 입 맞추자

어쩌면 그 손은 이미 우리 어깨에

닿았으니, 언제나 빈 채로 오는

나룻배를 부르고 또,

한 다발 속에

우리였던 둘, 그리고 인생 보편의

낯선 총합을 함께 묶어주는

- 접촉의 순간 텅 빈 그곳으로 향하는. 완성의 순간 사라져 가는 포옹은 당신을 기다린다. 각자의 단독성을 그것인 채로 묶는. 기이한 총합은 무엇보다 보편적인 동시에 개인적이다. 사랑의 다발 안에 하나일 수 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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