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 』 호라티우스 읽기(1)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잘라내라.
말하는 새에도 우리를 시새운 세월은 흘러갔다.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오늘을 믿는 존재는 찰나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안다. 오직 그 순간만 가능한 존재사건. 내일이 없는 이는 텅 빈 그곳으로 다가간다. 장소 없음의 문을 열기 위한 지난한 기다림. 계속 그곳을 헤매는 삶에 다수가 원하는 욕심이 낄 자리는 없다. 시새운 세월의 흘러감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카르페 디엠은 단지 '현재를 즐겨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지금 여기 있기 위한 확실성 안에 있는 절대적 모호성. 이상한 중첩상태만 가능한 즐김은 비로소 내일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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