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요섭 Apr 21. 2024

오직 그 순간만 가능한 존재사건

『카르페 디엠 』 호라티우스 읽기(1)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잘라내라.

말하는 새에도 우리를 시새운 세월은 흘러갔다.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오늘을 믿는 존재는 찰나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안다. 오직 그 순간만 가능한 존재사건. 내일이 없는 이는 텅 빈 그곳으로 다가간다. 장소 없음의 문을 열기 위한 지난한 기다림. 계속 그곳을 헤매는 삶에 다수가 원하는 욕심이 낄 자리는 없다. 시새운 세월의 흘러감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카르페 디엠은 단지 '현재를 즐겨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지금 여기 있기 위한 확실성 안에 있는 절대적 모호성. 이상한 중첩상태만 가능한 즐김은 비로소 내일을 믿지 않는다. 

 

(6p)

매거진의 이전글 유동하는 신체의 끔찍한 매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