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마르셀 프루스트 읽기(6)
이런 분산 화음, 이런 주제 반복은 사랑에 빠진 몽상가들의 영혼 속에서 천국의 하모니 또는 사랑하는 여인의 음성마저 울려 퍼지게 만든다. 너무 자주 써서 낡아버린, 저속한 연가들이 가득 적힌 노트는 공동묘지나 고향 마을처럼 우리를 감동시킬 수밖에 없다. 집들이 모양새가 없다거나, 무덤들이 형편없는 취향의 묘비명이나 장식물 아래에서 사그라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자신의 미학적 멸시를 한순간이라도 잠재울 수 있는 동조적이고 겸허한 상상력을 만나게 되면, 이런 먼지로부터 영혼의 한 무리가 날아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때 영혼들은 다른 세상을 예감하게 해주고, 그곳에서 희로애락을 맛보게 해 줄 여전히 푸른 꿈을 입에 물고 있으리라.
차이 있는 반복. 몽상의 하모니는 닳아빠진 것을 낯설게 만든다. 세이렌의 음성으로 연주하는 파멸의 음악. '공동묘지'에서 연주되는 진혼곡은 시체 속에서 핏덩이의 아이를 꺼낸다. 상투적인 것에서 전적인 새로움을 이끌어내는. '겸허한 상상력'은 비로소 낯선 그곳을 꿈꾼다. '푸른 꿈'을 예감하며 드넓은 창공으로 향하는 알바트로스의 새하얀 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