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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Jul 05. 2024

찬란한 봄을 예감하는 해방의 몽상

「목신의 오후」 스테판 말라르메 읽기(3)



옛적의 백조는 이제 회상한다. 모습은 찬란하나 권태가 불모의 겨울 가득 번쩍였을 때, 살아야 할 영역을 노래하지 못했기에, 해방되어도 아무 희망이 없는 신세인 저를.


아무리 부정해도 공간이 새에게 과하는 이 하얀 단말마의 고통을 한껏 목을 빼어 뒤흔들지만 날개깃이 붙잡혀 있는 이 땅의 공포는 어쩌지 못하네. 


그의 순수한 빛이 이 장소에 지정해 준 유령이 되어 새가 요지부동으로 몸을 맡기는 모멸의 싸늘한 꿈은 백조가 무용한 유적의 땅에서 걸쳐 입는 옷이런가.


  해방될 수 없는 무리 짓기. 중력의 악령에 붙잡힌 두 발은 요지부동의 꿈을 꾼다. 단지 부정당할 수밖에 없는 모멸적 수평선. 자기 과업이 없는 존재는 춤추는 별을 찾을 권리가 없다. 그러나 찬란한 봄을 예감하는 해방의 몽상. 불모의 겨울을 회상하며 오늘을 사는 이는 고통스럽게 목을 빼어든다. 낮고 평평한 무리에서 돌출하는 최초의 움직임. 희미하게 보이는 유령은 살과 뼈를 내어준 존재에게 느닷없이 다가온다. 이 땅의 공포를 뛰어넘는 '하얀 단말마의 고통'. 


(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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