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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Jul 21. 2024

감추임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미묘한 거짓

「목신의 오후」 스테판 말라르메 읽기(6)



부채질마다 황혼의 서늘함이

그대에게 내려오고

그 사로잡힌 날갯짓에

지평선이 살며시 물러난다.


어지러워라! 여기 거대한 입맞춤처럼

공간이 바르르 떤다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면서, 태어나려고

몸부림치며, 분출도 못하고 진정도 못하는 공간이


그대 느끼는가 길들여지지 않은 낙원이

매몰된 웃음과도 같이

너의 입가에서 전면적인 주름 깊숙이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 버리는 것을.


  어지러운 몸부림, 진정될 기미가 없는 분출. 이상한 결핍은 '바르르 떨며', 균열된 틈으로 얼굴을 내민다. '거대한 입맞춤' 이후 느닷없이 사라져 간 '매몰된 웃음'. 모두를 위한, 그러나 그 누구를 위함도 아닌. 그곳을 향한 어루만짐은 단 하나의 기억으로 남았다. 겹쳐진 주름 사이,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흔적. 텅 빈 영토는 언제나 물러나며, 감추임으로 자신을 드러낼 뿐이다. 우리를 '길 없고 순수한 감미로움'에 빠져들게 만드는, '미묘한 거짓'.


(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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