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파스칼 키냐르 읽기(4)
'그는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을 이미지로 떠올리려 애쓰며 그것을 멀리하고, 거기서 벗어날 희망을 품는다. 언어는 파토스다. (중략) 언어에 힘입은 이 이동은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진 사람이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어깨로 짐을 옮기는 일과 유사해서, 그 변화는 경감처럼 보인다. 메타포는 치유하는 게 아니라 짐을 덜어준다. 그것은 경감이다. 그리고 이미 재탄생이다.'
우리의 숨겨진 불안, 기이한 동요(動搖)와 두려움 사이. 중력의 악령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 이미지를 다른 이미지를 향해 이동시키는 은유의 언어. '언어의 파토스'를 힘입은 사건은 비로소 아름다움의 날개를 펼친다.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안는 미적 형식의 메타포. 치유의 기적이 없는 손길은 이미지를 환대하며 그 잠재력을 꿰뚫어 본다.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 안에서도 '벗어날 희망'을 품게 하는.
(37~38p)